RAB 방식, 안정적 수익보장・재원 조달에 유리…사업추진 탄력 가능성

정부가 원전 수출을 타진하고 있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기존의 발전 차액 보전 방식(CfD; Contract For Difference)에서 규제 자산 기반 방식(RAB; Regulated Asset Base)으로 사업이 전환된 것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2월 영국 무어사이드 사업자인 도시바의 누젠(NuGen)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우리 정부와 한전은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의 수익성과 리스크 경감방안에 대해 영국 정부, 도시바와 협의를 벌여왔다.

양측 간의 협상이 길어지자 도시바는 지난달 31일 한전의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해지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도시바는 한전을 최우선으로 해 협상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라며 “한전과 도시바 간 공동연구가 완료돼 수익성과 리스크 경감방안이 확보되면, 한전은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사업 참여를 위한 사내 심의절차와 정부 예비타당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양측 간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무어사이드 주변 지방정부는 영국 정부에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나설 것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난 1일 외신에 따르면 수 헤이만(Sue Hayman) 워킹턴(Workington) 하원 의원은 영국 정부에 누젠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원자력 에너지에 관한 초당적 국회 모임의 공동 의장이기도 한 헤이만 하원의원은 “누젠은 이제 마지막 기회이다. 정부가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너무 늦어버릴 것”이라며 “서 컴브리아(West Cumbria)는 2만개의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다. 경제적 투자와 인프라 향상이 무어사이드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무어사이드 원전 예정지는 컴브리아주에 위치한 셀라필드(Sellafield) 인근이다.

우리 정부와 한전이 영국 정부, 도시바와 반년 이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CfD에 있다. CfD는 양측이 보장가격을 협의한 후, 실제 전력판매가격과의 차이를 영국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이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원전 수출 사업이라기보다는 영국에 원전을 운영하는 발전사를 설립하는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UAE 바라카 원전 사업과 달리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한전이 건설비를 조달하고 완공 후 전기를 판매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금조달 능력이 사업 성공에 관건으로 떠올랐으며, 건설 및 운영에 따른 리스크를 상쇄하기에 충분한 보장가격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앞서 영국 정부가 ‘힝클리 포인트(Hinkley Point) C’ 원전 사업에 CfD 방식을 적용해 보장하기로 한 판매가격[1메가와트시(MWh)당 92.50파운드]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에서 높은 가격을 보장하기 어려워졌다.

반면 최근 영국 정부가 검토 중인 RAB는 정부 규제기관이 안정적 수익률을 보장하고, 정부 지원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사업모델이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에서 대규모 자금조달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을 고려할 때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비에 대해 일정 이익률을 보장해주는 RAB는 국내에서 발전소 정산단가를 결정할 때 투자보수율을 정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보인다. 이는 투자비 대비 큰 이익을 남기지 못해도 안정적인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영국 정부가 장기간 진행되는 원전 사업에서 RAB 방식이 투자자를 유인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그간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았던 리스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영국 정부가 들고 나온 것”이라며 “무어사이드 원전은 유럽 시장 진출에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