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한전 경제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준형 한전 경제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전국이 연일 폭염으로 들끓고 있다. 지난 8월 1일 강원도 홍천에서 41도를 기록하면서 1942년 대구에서 기록한 전국 최고기온 40도를 76년만에 경신했다. 더구나 8월 들어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 중 최저기온이 30도가 넘는 초열대야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전국적으로 이미 30명 이상이 사망하였고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환자가 3천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비단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계속되는 더위에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노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정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맨몸으로 더위를 버티는 불편함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올해의 기록적인 더위는 국가적 재난사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일상에 접목해 보다 지능적이고 효율적이며 편리한 삶을 지향하는 문명의 시대에 이러한 정전사태는 타임머신을 타고 거대한 변화의 파고를 역행해 구한말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전력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빠른 기술적 진보를 이뤄왔다. 이미 20세기에 수많은 대규모 발전소와 전국적인 전력망 관리를 위한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고 복잡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한 운영 최적화를 이뤘으며, 21세기 들어서는 센서와 IoT 설비에 기반한 실시간 정보 수집·분석, 고장 사전예측, 원격 설비제어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들이 접목된 스마트그리드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전력분야의 디지털화로 대표되는 스마트그리드가 한 단계 더 높은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도시 플랫폼을 기반으로 교통, 보안, 환경, 헬스케어 등 도시 생활 각 분야의 디지털화와 융복합된 결정체가 스마트시티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의 바람이 불고 있다. 뉴욕, 런던, 상하이, 도쿄, 서울 등 내노라하는 메가시티들은 대부분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시티라고 하면 흔히 공상과학영화에서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미래 도시를 상상하며 아주 먼 미래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의 현실 속에서 이미 스마트시티는 점점 그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스마트시티는 기존 사회 인프라 위에 데이터 수집 및 교환을 위한 기술적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 수집된 정보를 유용한 정보로 전환 단계 및 도시 거주자들이 이를 사용해 궁극적으로 삶의 질이 개선되는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이러한 3단계 과정 중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스마트 기술과 같이 일부 기술들은 이미 널리 상용화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기술적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에 머물어 있다고 하니 진정한 스마트시티가 갈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하겠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올해 초 스마트시티를 국가 전략과제로 발표한 바 있다. 신규 개발도시를 대상으로 최첨단 인프라 구축 및 혁신기술 테스트를 추진하는 한편, 기존·노후 도시에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상용화 기술 검증 및 도시문제 해결 위주의 도시 단계별로 차별화된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필자는 스마트시티화가 진행되면서 최근 국민들이 겪고 있는 정전의 불편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 건설 시 단지 내 최첨단 계량기 및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각 세대별 사용량 및 전력수요 정보를 공지해 고객 스스로 합리적인 전기사용을 유도하고, 센서를 통해 단지 내 구석구석 설치된 전기선로의 고장을 미리 예측함으로써 불필요한 정전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아파트 단지의 경우 단지 내 설치된 신재생 발전기에서 낮 시간 동안 생산된 잉여전력을 전기차에 충전시켜 놓았다가 피크 시간대에 사용함으로써 전력설비의 과부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도시 생활의 각 부분이 하나로 통합된 재난관리시스템을 통해 정전사고의 접수 및 복구 시간도 지금보다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시티의 핵심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다. 경제가 고도화되면서 자본과 기술이 지리적으로 집약되는 도시화는 필연적인 산물이지만,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각종 문제들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도시 생활이 한층 더 깨끗해지고 편리해지는 인간 중심의 스마트시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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