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선제조사, OEM생산 등 통해 원산지 변경 적극 고려
위치 등 한국기업 가장 유력…실제 제안 받은 곳도 있어

미국과 중국 양자 간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우리 전선업체들에 새로운 수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25%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중국 전선제조사들이 국내 기업들을 통한 OEM생산, 반제품가공 등으로 원산지를 변경, 미국 수출을 지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선 시장에서 중국산 수입제품의 비중은 작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알루미늄 도체 케이블의 경우 중국산의 비중이 더욱 크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기술력·신뢰성이 중요치 않은 시장을 중심으로 나름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해둔 것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대미 전선·케이블(HS 8544) 수출 규모는 39억6600만달러로, 우리나라 대미 케이블 수출 규모(2억1821만달러)의 20배에 가깝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받은 중국 전선업체들은 가장 큰 무기인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으며,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쌓아온 지배력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기존 계약물량 납품 시 관세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고, 거래선을 잃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반제품 가공이나 OEM 생산 등을 통한 원산지 변경을 적극 고려하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정학적 위치와 가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 한국에 위치한 중소·중견 전선제조사들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이중에서도 생산공장이나 판매법인 등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이 먼저 물망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중국과 알루미늄합금케이블 관련 거래를 하고 있는 J사의 경우 관세 인상 이전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아왔다. J사 대표는 “관세가 10%였을 때도 반제품 가공, OEM 생산 등을 통해 원산지를 변경하고 미국 시장으로 들어가는 내용의 제안을 받았다”며 “당시에는 3자임가공과 한국산 케이블 관세 등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중국산 관세 인상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에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D사는 사업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D사 임원은 “원산지 증명 조건과 중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나갈 때의 가공비와 관세, 브랜드 표시 문제 등 여러 부분에서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이와 관련 5곳 정도와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 외에도 몇 곳에 비슷한 제안이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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