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영국 정부와 지속 협의
안정직인 수익률 보장하는 RAB 모델 도입 논의

정부가 영국·사우디·체코 등에서 원전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무어사이드 원전 개발사인 뉴젠(NuGen)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도시바는 협상이 길어지자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한전과의 협의는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해 수주 전망을 밝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백운규)는 지난달 31일 “도시바는 새로운 사업모델 검토 등으로 뉴젠 지분매각이 지연되면서, 과도한 운영비 지출 문제 등이 발생했다”며 “한전뿐만 아니라 타 업체와도 협상 기회를 갖기 위해 지난 7월 25일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를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영국 무어사이드 사업자인 도시바 지분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은 2030년경을 목표로 약 3GW 설비용량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총 150억파운드(한화 21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산업부와 한전은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의 수익성과 리스크 경감방안에 대해 도시바, 영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왔다.

산업부와 한전이 영국 정부, 도시바와의 협상에서 난항을 겪은 이유는 턴키(Turn-key) 일괄수주 방식의 UAE 바라카 원전과 달리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이기 때문이다. UAE 원전 수출의 경우 UAE 정부가 건설비를 전액 부담했지만,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은 사업자가 건설비를 조달하고 완공 후 전기를 판매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자금 조달 능력이 주요 변수로 지적돼왔다.

지난 6월 영국 정부가 향후 신규 원전 사업에서 민간 재원조달 방식인 RAB 모델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공식 언급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산업부와 한전은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에서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를 만나 RAB 모델 도입에 따른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RAB는 정부 규제기관이 안정적 수익률을 보장하고, 정부지원 등으로 재원조달을 가능하게 하는 사업모델이다.

이번 협상에서 양국은 RAB 모델 적용 시 수익성과 리스크를 검토하기 위한 ‘공동타당성 연구’를 한전, 도시바, 뉴젠 중심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공동타당성 연구 착수회의도 개최했다. 이를 통해 유의미한 연구결과를 토출할 경우 한전 내외부 심의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도시바가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 해지를 통보했지만, 한전이 새로운 사업방식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한전을 최우선으로 해 협상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라며 “영국 정부도 한전에 대해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에 준해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을 위한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과 도시바 간 공동연구가 완료돼 수익성과 리스크 경감방안이 확보되면, 한전은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사업 참여를 위한 사내 심의절차와 정부 예타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