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혁신 생태계 조성해 경제가치 창출 목표
산업계·시민 의견 수렴해 진화하는 도시 만들 것”

정부가 역점 과제로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구축사업은 ‘사람 중심’이라는 대 전제에 기반해 추진되고 있다. 기존 U시티 사업이 기술 중심으로 흐르면서 정작 서비스 이용 주체인 ‘사람’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반성의 반영이다.

또 다른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총괄책임자(MP) 제도라는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MP는 말 그대로 비전·목표 등 사업 전반의 계획을 수립하면서, 실제로 계획 이행 과정에도 관여해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 게 된다.

현재 국가 시범도시로 지정된 부산 에코델타시티(EDC)에는 각각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와 천재원 영국 엑센트리 창업자(전 대표)가 임명됐다.

천재원 MP는 지난 16일 임명된 지 3개월 만에 ‘스마트시티 기본구상’을 발표하며 사업 전면에 나섰다. 그에게 EDC 스마트시티의 구축 방안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이번 시범도시 구축사업에 대한 정부의 높은 관심도를 고려하면 MP의 역할이 막중하다.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다. 다만 내 입장에선 아예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고, 기존에 내가 해왔고 잘해왔던 분야를 맡은 것이기 때문에 부담감을 떨쳐내려고 한다. 기본구상 발표 후부터는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스스로 평가하기에 어떤 부분이 MP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 같나.

“그동안 스타트업 육성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특히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키워본 경험이 주효한 것 같다. 또 스마트시티와 관련해서는 영국 런던에서 스마트시티 플랫폼인 ‘코그니시티(Cognicity)’ 프로젝트에 참여해 36개의 기업을 발굴해낸 바 있다. 또 국내에서는 서울시 개포디지털혁신파크와 경기도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의 자문을 맡아 왔다.”

▶앞서 창업자이자 대표로 활동했던 엑센트리는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인데.

“국내에도 액셀러레이터가 존재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스타트업을 발굴해 로드맵을 그려주는 ‘인큐베이터’에 가까운 기능을 했다고 본다. 반면 액셀러레이터는 발굴과 컨설팅뿐만 아니라 육성과 투자까지 겸하는, 예컨대 가요계 대형기획사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액셀러레이터는 단순히 국내 시장만을 보는 게 아니라, 애당초 전 세계 시장을 보고 컨설팅을 하기 때문에 향후 성장세나 사업화율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게 특징이다.”

▶세종시와 EDC는 위치·도시특성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기도 하지만, MP에 따라 스마트시티 구축의 방향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기존의 스마트시티는 ‘서비스의 소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신사업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동력이 약했다. EDC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성장 모델을 가져가는 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MP 제안을 수락한 것도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그간 스타트업 중심의 혁신생태계를 만들려는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국내 시장만을 타깃으로 하고 큰 그림을 보지 못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왕 해볼 것이라면, 내가 직접 주도하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MP를 수락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기업에까지 문호를 열어두고 다양한 기업들을 유치할 생각이다. 아울러 액셀러레이터까지 유치해 철저하게 경쟁과 실증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사업성을 인정받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EDC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EDC 총괄기획단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조직을 통해 1년에 200~300개에 달하는 기업의 참가를 받고, 2개월여의 준비시간을 준 다음 총 3번의 공개실증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단순히 실증 평가를 기술 수준을 점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모데이’를 지정해 일종의 페스티벌처럼 활용할 생각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영상을 생중계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검증을 받는 동시에, 투자·해외진출 기회까지 마련해주는 게 EDC의 전체 프로세스다.”

▶‘과정을 통해 가치를 만든다’는 접근법이 확실히 신선하다는 느낌이다. EDC의 도전이 실제 성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보여주기 행사가 아니라 도시 내 활동을 통해 실제로 가치를 만드는 도시가 스마트시티라고 생각한다. 물론 계속해서 의견을 수렴해 변화를 추구해나갈 것이다. 곧 시작될 의견 수렴 플랫폼 ‘스마트시티 1번가’도 그렇고, 업계·산업별·시민 간담회 등을 열어 철학과 비전, 아이디어를 공유해나가겠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진다면, 다시 도시에 피드백하는 과정이 반복될 것이다. 진화하는 도시, 그게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시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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