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업자에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다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영농형 태양광발전소 전경.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영농형 태양광발전소 전경.

정부는 신규 원전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연장 불허를 통해 원전비중을 축소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60여년에 걸쳐 ‘탈원전’에 도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 4월 취임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경영슬로건으로 내놓았다. 그 일환으로 2030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자해 7.6GW의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한수원 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비중은 지난해 2.8%(777MW)에서 2030년 24%(8377MW)로 증가한다. 또 발전량 비중은 지난해 1.1%(1663GWh)에서 2030년 9.1%(1만5681GWh)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수원이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현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영농형 태양광발전소와 서울 마포구에 있는 노을연료전지 발전시설을 직접 가봤다.

◆떠오르는 대안…영농형 태양광발전소

한수원이 실증사업을 벌이고 있는 영농형 태양광발전소는 서울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져 있다. 인근 지역에 다다르자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오도 가도 못하는 좁은 길이 이어졌다. 한적한 시골이지만 한 길을 두고 방향이 다른 차가 마주치면 어느새 주차장으로 변했다.

차가 홍천강에 가까워지자 왼편에 영농형 태양광발전 설비가 길가에 핀 해바라기처럼 서 있었다. 1988㎡ 부지에 73.125㎾ 설비용량인 영농형 태양광발전소는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태양광이 반짝거리는 패널 아래에는 벼 모종이 초록빛을 띠며 자라고 있었다.

한수원은 태양광과 풍력 위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한수원의 ‘재생에너지 3020 추진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7.6GW) 중 태양광은 5425MW로, 약 71.4%에 달한다.

한수원이 추진하고 있는 영농형 태양광발전소는 최근 산림훼손과 주민민원, 입지부족 등으로 제동이 걸린 태양광 발전소 보급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지를 그대로 이용하므로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 농사 수익 이외에 전력과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판매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태양광발전 설비로 인한 토지이용 제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 돋보인다.

영농형 태양광발전소는 구조물 바로 아래와 구조물 간 구역에 영농이 불가능했던 기존 태양광발전 설비의 문제점을 보완해 지면에서 모듈 하단까지의 높이와 구조물 간의 간격을 확보한 점이 특징이다. 충분한 공간 확보로 사람은 물론 이앙기와 트렉터, 콤바인 등 농기계의 운행도 가능하다.

최동희 한수원 에너지신사업처 신재생운영팀장 “영농형 태양광발전소 사업은 우리나라 국토의 약 16%를 차지하는 농경지에서도 기존 농법 그대로 영농활동을 하면서 태양광발전사업이 가능하다”며 “추가적인 농가수익 창출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투자금 회수 전 용지변경 부담 등이 진입장벽으로 거론되고 있다.

영농형형 태양광발전소의 사업 규모는 대략 2억2000만원이다. 영농형 태양광발전소는 설비용량 등을 고려해 일반 태양광발전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투자비용이 더 크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지탱할 폴대를 세우기 위해 2.5m 가량 땅을 파기 때문이다. 또 영농형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용도변경에 부담을 느껴 투자하기를 꺼려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투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절대농지에 영농형 태양광발전소 설치가 가능하도록 농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최 팀장은 “이 사업은 원전본부 등 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며 “실증 결과 벼의 생육과 수확량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말했다.

이어 “농지를 그대로 이용할 계획이라면, 영농형 태양광발전을 설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절대농지에 영농형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농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엿다.

◆도심 속 분산전원…연료전지

한수원이 사업을 주관한 연료전지 사업 중 하나가 ‘노을연료전지 발전시설’(노을연료전지)이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노을연료전지는 상암 월드컵경기장 건설과 함께 조성된 노을공원, 월드컵공원과 하늘공원에 둘러싸여 있다. 공원 안에 자리 잡은 노을연료전지는 주변의 푸른 나무와 어우러지면서 연료전지의 친환경성을 자랑하는 듯했다. 연료전지는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이 거의 없고, 이산화탄소도 화력발전에 비해 대략 40% 저감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손꼽힌다.

노을연료전지 부지에 들어서면 연료전지 8기가 ‘ㄱ’자로 늘어서 있다. A구역에 연료전지 6기가 나란히 위치해 있고, 그 위로 B구역에 연료전지 2기가 자리 잡고 있다. 각 연료전지는 2.5MW 규모로 노을연료전지의 총 설비용량은 20MW이다.

노을연료전지에 따르면 전력생산량은 연간 1억6000만kWh로, 대략 4만5000세대가 사용 가능한 양이다. 또 약 9000세대가 사용이 가능한 열(6만5000Gcal)도 생산한다.

노을연료전지는 올 상반기 설비이용률이 98.98%에 달하며,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성과를 보면 REC 매출은 6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전력매출은 32%, 열매출은 5%였다. 현재 연료전지의 REC 가중치는 2이다.

조경석 노을그린에너지 대표는 “노을연료전지는 높은 이용률로 당초 예상보다 경영성과가 좋다”며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노을연료전지 발전소.
서울 마포구에 있는 노을연료전지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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