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본지에 제보된 공기업 에너지 낭비 이야기를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정신없는 아침, 지방 소재 한 공기업에 다니는 A씨는 출근을 위해 헐레벌떡 집을 나선다.

‘아, 어떡해! 가디건 안 가져왔네? 사무실 추운데...’

깜빡하고 가디건을 놓고 온 A씨는 부랴부랴 다시 집으로 향한다. 여름이지만 A씨에게 가디건은 필수다. 사무실이 너무 추워 업무를 하다보면 오한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른 5월부터 에어컨을 가동하기 시작 했는데, 이후 A씨 사무실에는 담요나 겉옷을 챙겨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A.M. 9:00

“냉방 가동을 시작하니 창문을 닫아주시기 바랍니다.”

출근 후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기도 전에 냉방 가동 방송이 흘러나온다. 이른 아침이라 창문만 열어도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데, 일부러 창문을 닫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 냉방이 시작되자 실내 온도는 20도까지 떨어진다.

사무실 직원들은 방송이 흘러 나오자 겉옷을 주섬주섬 꺼내 입기 시작한다. 겉옷 위에 점퍼를 하나 더 입는 직원까지 있다.

A씨는 며칠 전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목이 칼칼하고 콧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난 이게 뭐야.’ 5월 이후 냉방병 증상이 떨어지질 않는다.

A.M. 11:00

A씨는 주간회의를 위해 4층에 있는 회의실로 향한다. 이곳은 사무실 보다 더 추워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팀원들은 외투 지퍼를 끝까지 여미며 회의실로 들어온다. 모두가 오들오들 떨며 회의를 진행한다.

너무하다 싶어 A씨는 총무과에 찾아가 물었다.

“사무실이 너무 추워요. 지금 온도가 22도인데 에어컨 이렇게 계속 틀어도 되요? 냉방을 좀 줄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총무과 직원은 다소 황당한 대답을 내놓는다.

“지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기에너지가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온도 규정이 없습니다.”

A씨는 지방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온도 규정 때문에 더워도 냉방을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 총무과 직원의 답이 다소 의문스럽다.

P.M. 4:00

사무실 한 켠에 달린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과 관련한 내용이다. 올 여름 전력수요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라 전기를 절약하자는 내용이다.

퇴근시간이 다 되도 에어컨이 꺼지지 않고 빵빵하게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자니 참 아이러니하다.

A씨는 온도계를 확인한다. 현재기온 21.7도. 주변 동료들은 코를 훌쩍이거나 옷 덜미를 여민다. 거창하게 전력수급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여름에 냉방병에 시달리는 동료들이 안타깝다.

P.M. 8:00

퇴근 한 A씨는 여유롭게 TV를 보며 휴식을 만끽한다. 하지만 찌는 듯 한 열대야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절로 난다. A씨는 벽에 걸려 있는 에어컨을 보며 입맛을 다신다. 하지만 전기요금 걱정에 막상 리모컨에 손이 가지 않는다. 작년 이맘때 쯤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A씨에게 여름은 악몽이다. 낮에는 사무실에서 추위에 떨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누진제 때문에 냉방을 가동하지 못 해 더위에 지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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