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와 경주시는 11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원자력 안전 및 해체 산업 육성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11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원자력 안전 및 해체 산업 육성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과 맞물려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원자력 안전과 해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국제포럼을 열었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11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원자력 산업의 미래 위상 정립’을 주제로 ‘원자력 안전 및 해체 산업 육성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미국·일본·프랑스 등 국내외 원자력 전문가 30여명이 ▲안전 ▲해체 ▲주민 수용성 ▲클러스터 조성 전략(인력 양성)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공존 등 5개 분과로 나눠 주제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원자력 안전…국민과 소통 중요

이날 람지 자말(Ramzi jammal)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 운영조정책임관은 캐나다 원자력 규제기관인 CNSC의 원자력 활동과 경험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원자력 산업 육성과 안전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CNSC는 한국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같은 규제기관으로, 원자력 에너지로부터 국민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고 원자력의 평화로운 이용에 대한 캐나다의 국제적 약속을 이행한다. CNSC는 독립적이며, 준사법 기능을 가진 사법재판기관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위원회 결정을 번복할 수 없으며, 캐나다 연방 법원만이 위원회 결정에 대한 권한을 가진다. 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원들이 정치적 이유로 물러날 수 없으며, 국민이 위원을 선정한다.

자말 운영조정책임관은 “CNSC는 규제 조치 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결정을 내릴 때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또 자말 운영조정책임관은 규제기관의 요건에 대해 제언했다.

그는 “규제기관은 질문하는 자세를 갖고, 지속적으로 안전성 향상을 점검해야 하며, 규제 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며 “또 적절한 수의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고, 규제 결정에 대한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CNSC는 안전강화 조치를 실시했다.

원전에 대한 36개 안전조치와 우라늄 광산, 재처리 시설에 대한 11개 안전조치 등을 완료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처럼 동시다발적인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원자력 시설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든 안전 조치를 검토했다”며 “이에 따라 원전과 비원전 시설에 대한 안전 조치를 마쳤고,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게용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원전 안전성 강화를 위한 접근방법’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에너지전환 정책이 원자력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급망이 무너지고, 우수한 인력 유지가 어려워졌다. 또 원전을 운영하는 마지막 10년간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사업자의 사기가 저하되고 수동적인 태도를 갖는 것도 문제”라며 “원전 운영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고, 비상 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이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가오는 원전 해체…준비계획 필요

지난해 6월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국내 원전해체 시장이 열렸다. 이에 원전해체에 대한 기술개발과 산업육성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일본과 독일의 원전해체 경험을 공유했다.

유키히로 이구치(Yukihiro Iquchi)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부국장은 후겐(Fugen)원전의 해체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손상을 입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6호기를 포함한 17기의 원전의 해체를 진행하고 있다.

후겐원전은 약 25년간 가동된 후 지난 2003년 영구정지됐다. 현재 해체작업이 진행 중이며 2034년 완료될 예정이다. 이는 실험용원자력시설 JPDR(Japan Power Demonstration Reactor)과 도카이 원전에 이어 일본의 세 번째 원전해체 프로젝트이다.

후겐원전 해체작업에는 일반적인 해체장비, 방사선량 평가, 제염기술뿐만 아니라 ▲계통공학 ▲원자로 해체 ▲중수·삼중수소 제염기술이 적용됐다.

이구치 부국장은 제염할 경우 폐기물 처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염을 할 경우 상대적으로 처리 비용이 낮은 저준위방폐물과 극저준위방폐물이 증가해 폐기물 처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는 “제염 여부에 따라 폐기물량은 줄지 않지만 처리 비용은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제염할 경우 저준위방폐물과 극저준위방폐물이 크게 늘어 처리 비용을 6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구치 부국장은 또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과의 80%는 계획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는 “필수자료와 기록을 모우는 등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가능하다면 계획은 가동 중에 세워야 하며, 심지어 설계 단계에서도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헬멋 휴거(Helmut Huger) 독일 티유브이슈드(TUV SUD) 방사선방호·폐기물 관리 및 해체본부장은 원전해체 과정에서 제3자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독일에서는 해체 전 과정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제3기관이 사업전반에 참여한다. 독일에서는 중립적인 기관이 대부분의 원전과 원자력시설의 해체작업을 감시한다. 티유브이슈드는 해체와 폐기물 관리 분야의 선두업체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제3기관이다.

휴거 본부장은 독립성이 보장된 전문기관이 규제 인허가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해체 과정의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자문·기술검토 등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제3기관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중요하다”며 “제3기관은 원전 업계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계약을 통해 규제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명성 강화로 주민 수용성 제고

원자력 산업은 기술뿐만 아니라 대중의 신뢰 유지도 주요 과제이다.

마크 부테즈(Marc Butez) 주한프랑스대사관 에너지신기술참사관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관련 사업을 하는 원전기업인 오라노(ORANO)와 프랑스 국립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관인 안드라(Andra)의 사례를 소개해 주민수용성 제고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오라노는 ▲대화 ▲정보 ▲지역개발 ▲환경영향 등을 기반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프랑스는 법에 의해 원자력 시설에 지역정보위원회(CLI)를 설치해야 한다. CLI는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원전 운영을 감시한다. 또 언론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다. 원전에 기자들을 초청하거나 지역신문사와 회의를 갖기도 한다. 특히 고용창출과 산업증진 등 지역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안드라도 오라노와 마찬가지로 웹사이트, 정기간행물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기도 한다. 또 스포츠 팀을 후원하기도 한다.

이날 핀란드 에코모더리즘협회 설립자인 라울리 파르타넨(Rauli Partanen) 작가는 핀란드의 높은 주민수용성에 대해 설명했다.

핀란드 원자력기업 페노보이마(Fennovoima)가 미개발 지역에 핀란드의 6번째 원전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매년 진행하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역주민의 75%가 원전건설에 찬성하고 있다. 또 핀란드의 에너지 관련 언론사인 핀란드 에너지(Finnish Energy)의 2018년 조사에서도 인구 40%가 원자력 에너지에 찬성하며, 22%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핀란드 녹색당이 원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지난달 원전에 대한 입장을 재정비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녹색당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저탄소 친환경 기술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는다”며 “또 최근 두 개의 원자력 프로젝트가 지체되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또 파르타넨 작가는 핀란드의 환경론자들이 원자력이 기후변화 대응에 좋은 수단이라는 점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증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방사선의 실제 위험보다 더 큰 공포를 갖는 것은 위험하다”며 “원자력 찬성론자, 신재생에너지 지지자들과 함께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논의해야 하며, 원자력도 선택지 중 하나이다. 일부 환경론자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원자력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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