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위원 중 3명에게서 결격사유가 확인돼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른 조치로, 감사원은 현 원안위 위원 3명이 원안위법에 명시된 결격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지난 6월 27일 감사원의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재기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 손동성 울산과학기술원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 정재준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등 현직 원안위 위원 3명이 임명 전 3년 이내 및 위촉기간 중 한국원자력연구원 위탁연구과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안위법 10조(결격사유)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원자력이용자단체의 장 또는 그 종업원으로서 근무했거나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나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로부터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는 등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했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 등으로 위원의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안위는 관련 법에 ‘원자력이용자’의 정의 조항이 없고, ‘원자력이용자 및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라는 조항이 해석 상 모호하기에 원안위 위원에 대한 철저한 자격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원안위는 또 ‘원자력이용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원자력안전연구까지 수행하는 원자력연구원을 원자력이용자로 간주할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고, ‘원자력이용자 및 원자력이용자단체로부터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하는 등 사업에 관여’가 해석상 모호해 원안위 위원이 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하더라도 해당 과제가 국가연구개발사업 수행의 일환인 경우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2013년 초 원안위는 원안위 위원의 결격사유에 대한 검증목적으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면서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연구원 등 18개 업체(업군)를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로 열거한 바 있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원안위 위원에 대해 한수원의 연구과제 및 내부위원회 참여 여부에 관한 자료만 제출받아 확인하고 있으며, 한수원 이외의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자격관리 등을 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원자력안전법과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등 원안위의 체크리스트를 근거로 원안위가 원자력안전규제 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원자력이용자’에 원자력연구원이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감사원은 원자력연구원의 사업에 관여한 원안위 위원 3명에 대해 원안위법에 따른 당연퇴직사유 해당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그 결과에 따라 적정한 조치를 할 것을 원안위에 권고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원자력연구원의 위탁연구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원자력계 전문가가 드물어 후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원안위원장 등 상임위원 2명을 제외한 원안위 위원 7명 중 원자력 전공자는 총 4명으로, 이중 3명이 이번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이름을 올렸다. 남은 한 명은 김무환 포항공과대학교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로, 2013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을 지내 위탁연구과제와는 거리가 있었다. 김 교수는 2016년 12월말 원안위 위원으로 위촉됐다.

원자력 진흥과 규제를 분리한다는 원안위법의 입법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정으로 원자력계 전문가가 원안위에 발 디딜 자리가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초창기 원안위법 제정에 참여했던 직원들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원안위 제도를 만든 초기 원안위 직원들이 안일한 태도로 사리사욕만을 채우기 위해 현행법을 제정한 것은 명백한 실수”라며 “원안위 설립 목적은 공무원 조직 위에 전문성을 가진 위원회를 둬 원자력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업자 일을 하는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업자 이익에 휘둘리지 않는 도덕성을 가진 사람이 제대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자의 일을 했기 때문에 사업자의 행태나 기술적인 내용을 더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원안위 위원이 되는 것이 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진정으로 원자력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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