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과정에서 전기요금은 불가피하게 인상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인상이 기업의 생산원가를 높여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하지만, 너무 낮은 요금 때문에 낭비되는 전기를 생각 한다면 결코 부담이 아닐 수 도 있다. 에너지전환과 관계없이 전기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꼭 필요하다. 무턱대고 요금을 올리자는 것이 아니라 너무 저렴하게 팔리는 전기요금에 한해 인상을 해야한다. 우리나라 전력수요의 25%를 사용하는 경부하요금이 그렇고, 원가대비 판매가격이 50% 미만인 농사용이 그렇다. 너무 낮은 요금은 많은 폐혜를 가져왔다. 산업시설은 무분별하게 전기화 됐고, 농촌에서 기업농들이 대형 비닐하우스 난방을 하면서 기름·연탄보일러가 아닌 전기보일러를 태워야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값싼 전기혜택을 수십년간 받아온 기업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요금이 오르면 원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값싼 요금에 최적화된 산업구조는 에너지 수요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았고, 우리사회는 물론 산업의 전기화를 앞당겼다. 특히 값싼 전기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전해하는 것은 물론, 관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로막는 문턱이 됐다. 전기요금이 낮기 때문에 요금을 통해 편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 되면서 전통산업 외에 에너지신산업으로 불리는 BTM(Behind the meter)분야는 보조금에 의존한 산업으로 밖에 성장을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신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지만 우린 아직도 값싼 전원 타령만 하며 공급 위주의 전력정책을 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떻게 공급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소비 하는냐에 대한 논의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관리의 수단으로 전기요금을 틀어쥐고 있는 한 요금으로써 기능은 없다. 전기 생산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폭이 요금에 반영되어야 하며, 원료의 99%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수요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야 한다.

정부도 문제다. 국민들에게 앞으로 요금 인상은 불가피 하다고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그 다음에 에너지전환을 말해야한다. 순서가 틀리다 보니 원전, 석탄의 수요를 줄이고 신재생을 확대하려는 정책은 시작부터 스탭이 꼬였다.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쳐도 요금인상 요인으로 밖에 비춰질 수밖에 없고, 에너지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어떤 정책도 헛구호처럼 들릴 수 있다.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수없이 많다. 반대로 요금인상 요인이 없다는 논리는 구차한 변명처럼 들릴 수 있다. 에너지 다소비 사회로 더욱 고착화되기 전에 요금인상을 통해 적절히 제어를 해야 한다. 일단 너무 낮게 공급되고 특정집단에만 혜택을 주는 요금부터 손을 봐야한다. 산업계도 원가타령만 할게 아니라 에너지소비를 최소화 하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 또 낮은 원가에 전기를 공급받아 이만큼 경쟁력을 키웠다면 이제는 스스로 에너지 저소비산업의로 전환 준비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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