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우리는 들떠 있었다. 북미 정상간 종전선언과 남북의 평화협정 체결까지 금방이라도 통일이 눈에 잡히고, 남북한 교류가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했다. 12일 회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전쟁 포로 및 실종자 유해 수습 등 4개항에 합의했다.

국내외 일부 언론은 알맹이 없는 합의문이라며 비판적 견지의 보도를 이어갔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놀아났다는 말도 서슴치 않게 지면에 실렸다. 이런 반응을 지켜보면서 70년 동안 적대관계로 지낸 양국이 만나, 하루아침에 벽을 허물 수 있다는 생각의 오류에 대해 되돌아 봤다. 또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북미회담을 통해 얻은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냉정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우리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북미 정상회담을 폄훼하는 일부 세력은 어떻게든 남북간에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남북대립이 가져올 반사 이익만을 누리려고 혈안이 돼왔다.

이념의 대립이 가져온 멍에를 극복하기 보다는 이를 이용해 기득권을 누리려는 사람들에게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분명히 실패한 회담일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이런 멍에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룬 독일의 길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던져준다. 독일의 통일은 당시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던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969년 10월 서독 연방 총리에 취임 빌리브란트는 동방정책을 통해 통일에 대한 염원을 국민들에게 심어 줬다. 1970년 빌리 브란트가 시작한 화해의 정책은 20여 년간 꾸준히 지속돼 결국 동서간 냉전을 녹였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마침내 그 결실을 보았다. 동서화합을 시작한 이래 20년 후 독일이 통일을 이룬 것처럼 남북 정상이 만나 화합을 얘기한 것이 두 달이 안 됐다. 그런데 벌써 구체적인 성과를 운운하는 것은 어찌보면 어리석은 것 일수 있고, 좀 더 냉철히 보면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처럼 보인다. 우리는 보수정권 10년 동안 그 이전에 남북이 쌓아온 성과가 ‘리셋’ 된 것을 경험했다. 이런 경험을 했던 국민들은 6.13 지방선거를 통해 현명한 선택을 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깎아 내리는 세력에 대해 준엄하게 선택해 준 국민들이 더 옳았다. 세대간.계층간 벽을 허문 이번 국민들의 선택은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남북간 평화정착 프로세스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것이며, 더나가 구시대의 종말을 앞당기는 선택이 됐다. 6.12 북미정상회담과 6.13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각자 다른 어젠다가 아닌 1박2일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이 밝은 미래를 결정하는 이틀 동안의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다. 12일 북미정상회담에 눈과 귀를 모으고 이튿날인 13일 선거에 참여한 국민들의 선택의 결과가 14일 새벽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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