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과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종결

미국 부시 대통령이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에 미국자본이 이렇게 많이 진출했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 때문일까? 부시 대통령 취임 초기 대북 강경책은 차츰 완화돼 임기 말인 2008년 북한은 테러지원국에서 제외된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섭섭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주한 미군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우방인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맥도날드(미국 자본)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자본 뿐만이 아니라 인적 교류도 평화를 가져온다. 전쟁 시작 전에는 자국 대사관을 철수시킨다. 적국에 우리 편이 있다면 공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미국인을 인질로 억류시켰다. 신자유주의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자본과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이 전쟁을 억제하고 세계평화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북한에는 미국 자본도 없지만 미국이 좋아하는 석유도 없었으며 엄청난 액수의 미국 자본이 진출한 한국이 바로 밑에 있다. 그래서 1953년 정전 이후 여러 차례 위기는 있었지만 미국의 공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였다. 이를 두고 1953년(한국전쟁 종전) 체제라는 견해가 대다수이지만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1952년(패전국 일본의 전쟁배상 감면과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야기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 체제라고 부른다.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소련 몰락 이후 북한의 핵 때문에 억지로 유지됐던 비정상적인 1952년 체제가 종결되고 정상적인 국제질서가 들어서게 된다는 설명이다.

지난 12일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만났다. 이것은 북한의 핵과 미국의 패권주의에 의해 억지로 유지됐던 1952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종결이라는 상징성을 갖고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미국 주류 정치권에서 기반이 없었던 TV 리얼리티쇼 진행자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66년 동안 비정상적으로 유지됐던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종결시키고 세계질서 정상화를 향한 인생의 마지막 리얼리티 쇼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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