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량 급감 탓 ‘개점 휴업’ 호소…18일 대책회의
전력 제조업계 대다수 일감 부족 심화

나주 에너지밸리에 입주한 전력기기 제조 기업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한전의 지원정책을 믿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했는데, 정작 일감을 못 구해 공장 가동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에너지밸리 혁신산단 입주기업협의회는 18일 한전 발주량 감소에 따른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김평 입주기업협의회장은 “협의회 참여기업 30곳 정도가 모여 한전 발주 물량 이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라며 “현재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한전이 임차 기업까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기존 입주 업체가 역차별을 받고 있고, 물량도 바닥수준에 머무는 등 이중 삼중의 고초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임차 기업에 대해 배정물량을 대폭 줄이는 등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 한전에 건설적인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변압기와 개폐기, 전력량계 등 10개 에너지밸리 입주기업들은 지난 5일 한전에 정식 항의공문을 냈다. 급격한 자재발주 감소에 따라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만큼, 이에 상응한 대책을 세워달라는 취지다.

실제로 에너지밸리에 입주한 대부분 전력기기 업체들은 지난 3월 이후 변압기 등 전력기기 발주량이 대폭 감소하며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예컨대 고효율 주상변압기의 경우 연간단가 물량 평균치의 30분의 1 수준이 나온 적도 있을 만큼 물량 정상화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한전의 전력기기 발주량 감소는 단지 에너지밸리 입주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변압기, 개폐기, 전선 등 품목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보다 대체로 20~30% 정도 물량이 감소했다는 게 제조업계의 분석이다. 사전 발주제 시행, 장기 미준공 배전공사에 대한 일제정비와 이에 따른 잔재환입물량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에너지밸리뿐만 아니라 한전에 납품하는 전력기기 제조기업 대다수가 일감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한 변압기 업체 사장은 “월 30~40대 수준으로 생산하면 공장을 도저히 운영할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면서 “지금은 가동률을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설비들이 그냥 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공장에 수백 대나 재고가 쌓여 있는 곳도 있다. 재고가 소진되지 않으면서 신규 원자재 구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금운용이나 조업시간, 고용 유지 등 경영전반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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