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재에 의문을 던지다”
연극 ‘횡단보도에 선 다섯 사람’, 7월 4일부터 5일간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서 개막

#연극이 시작된 무대위. 횡단보도 위에는 두 명의 사람이 있다. 입소자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죄수는 입소자를 기다리고 있다. 죽음을 기다리는 철학자가 등장한다. 잃어버린 택배를 찾다가 눈이 멀어버린 택배원도 등장한다. 그리고 고객을 찾고 있는 샐러리맨도 등장한다. 이들 5명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 무언가가 자신을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주리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막연한 기다림만 반복된다. 다섯 사람들은 횡단보도 위에 서있다. 막이 내리고 나서도 기다린다. 오늘을 내일을 어제를 기다린다.

연극 ‘횡단보도에 선 다섯 사람’이 내달 4일부터 8일까지 5일 간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작품은 다섯 명의 인물들이 횡단보도 앞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이야기를 전한다. 엄마를 기다리는 입소자, 입소자를 기다리는 죄수, 죽음을 기다리는 철학자, 잃어버린 택배를 찾는 택배원, 고객을 찾는 샐러리맨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루한 기다림을 이겨내기 위해,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그저 말하고 장난친다. 기다림의 연속, 인물들의 반복적인 행동과 대사, 맥락 없는 대화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무대의 배경이 되는 횡단보도는 남녀노소, 지위를 막론하고 누구나 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장소다.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변하는 시간을 반드시 기다려야 하는 장소에 오지 않을 무언가를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을 절묘하게 배치한 것.

극은 오지 않을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점에서 부조리극의 정수라 불리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작가와 연출은 다양한 인간상과 횡단보도라는 익숙한 공간, 신호를 기다린다는 보편적인 상황을 통해 관객들에게 더 가깝고 쉽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고도를 기다리며’와의 차이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흔하지 않은 극 형식만큼 출연진으로도 눈길을 끈다. 연극‘에쿠우스’, ‘만리장성’을 비롯해 뮤지컬‘레베카’, ‘사랑은 비를 타고’, ‘닥터 지바고’등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하고 있는 은경균, ‘2016년 단편극 페스티벌’ 우수연기상, ‘2016 거창전국 대학연극제’ 연기대상을 수상한 장예지가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연을 제작한 ‘프로젝트 신’은 “현대사회에서는 누군가 시키지 않았지만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성취해야만 한다. 우리는 항상 성취를 기다리지만, 성취의 정의를 내리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대해서 사유하고자 한다”며 “또 관객들이 횡단보도 앞에 서서 이 연극을 떠올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횡단보도에 선 다섯 사람’은 텀블벅(tumblbug.com/crosswalk)에서 600만 원을 목표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이다. 오는 6월 18일부터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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