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중단 손실액 정부에 요구않기로
신규원전 백지화 매몰비용 천문학적 ‘관심 집중’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발생한 손실 1200억원에 대한 보상을 정부에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백지화된 신규 원전 6기의 매몰비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달 23일 정부에 손실 보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석 달간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여부를 두고 공론화과정을 거치면서 신고리 5·6호기는 건설 중단됐다.

한수원은 이 기간 중 ▲협력사 보상비용 807억원 ▲일반관리비 86억원 ▲물가상승 335억원 등 약 1228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한수원이 손실 보상 청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로펌에 문의한 결과 “정부가 지난해 6월 한수원에 보낸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요청’ 공문은 강제성이 없어 정부에 보상 요구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보상 청구 포기에 따른 이사회의 배임 문제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한수원 이사회는 지난해 10월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500억원 규모의 임원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했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수원에서 받은 ‘임원배상 책임보험 가입 추진안’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6월 3억3100만원을 지불하고 500억원 한도의 책임보험에 가입했다. 이사회의 결정으로 주주 등이 손해를 봤을 때 발생하는 손해배상을 대신 보전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됨에 따라 1200여억원 손실이 발생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백지화된 신규 원전 6기에 대해서도 동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확정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 백지화와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금지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삼척 또는 영덕 예정인 대진원전 2기 등 총 6기의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됐다.

현재 백지화된 신규 원전 6기에 대한 후속조치는 미진한 상황이다. 지난달 18일 열린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원고인 산업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어디까지나 비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행정소송법에 따른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법적 조치 없이 신규 원전 6기를 백지화하기 위해서는 한수원이 고시 지정 해제를 산업부에 요청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건설 예정 고시 지정 해제는 한수원이 먼저 신청해야 하는 사안으로, 한수원이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에 따라 신규 원전 6기에 대한 백지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취임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여러 차례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출 뜻을 내비쳤다. 지난달 24일 한수원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정 사장은 축사를 통해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천명된 만큼 공기업인 우리 회사는 그 틀 안에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산업부 관료 출신으로, 공기업은 정부의 방침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수원이 정부 뜻에 따라 고시 해제 신청을 통해 신규 원전 백지화를 매듭짓는다고 해도 매몰비용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한수원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매몰비용은 ▲신한울 3·4호기 1628억원 ▲천지 1·2호기 890억원 ▲대진원전 2기 21억원 등 총 2539억원에 달한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구호에 불과하다. 어떤 법적 절차도 추진되지 않고 있다”며 “독일은 법안 마련을 통해 탈원전에 관련된 전력회사에 10억유로(약 1조2889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지불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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