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포화·물량부족에 신규 진출 업체 늘어나
일감 확보 차원, 과열 경쟁 우려도

국내 개폐기 제조업체들이 변압기 시장 진출을 넘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밸리에 입주한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나주혁신산단에 입주한 개폐기 생산 업체들 중 3~5곳은 변압기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일부 기업의 경우에는 이미 진출 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8월로 예정된 변압기 한국전력 연간단가입찰에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기기 시장에 대한 품목 다변화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지만 정작 업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진출을 타진 중인 업체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장기 계획에 기반한 진출이라기보다는 ‘위기의식’ 속에 등 떠밀린 감이 없지 않다. 개폐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상황에 물량까지 줄어들자,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한전의 발주 물량은 예년에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상반기 투자비 조기집행 목표는 63.2%로 전년 대비 0.8%p 줄어든 수준으로 감소폭은 크지 않다. 하지만 지난달 배전기자재 부문에 미준공자재가 일제 점검에 들어가면서 물량이 일시적으로 줄어, 업계가 느끼는 체감 충격은 더 컸다. 일감 부족으로 아예 7~8월 자재 구입을 포기한 업체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변압기 시장 진출 또한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 포화와 물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변압기 업계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진출 예정인 업체들은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에너지밸리 입주에 수십억원을 투자한 상황인데, 개폐기 일감이 없다고 공장을 놀릴 수 있느냐는 얘기다.

A 업체 관계자는 “설비 구축부터 인력 배치까지 많은 비용을 투자했는데, 물량이 없어 공장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얼마나 수주가 가능할지를 따지기보다는 일단 공장을 돌릴 일감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또 다른 B업체 관계자는 “변압기 시장 진출은 장기 계획에 따른 것이 아니라, 올 초 활로를 모색 중에 급작스럽게 결정된 것”이라며 “진출을 하긴 했는데 이쪽(변압기) 업계도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 전망이 밝지 않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궁지에 몰린 일부 업체들의 타 분야 진출이 가시화됨에 따라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결국 늘어난 업체들이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내몰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인데 업체 수가 늘어난다는 말에 반색할 업체가 어디 있겠느냐”며 “본질적인 해결책은 없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경쟁만 가열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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