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제안입찰에서도 전기공사 분리발주 가능
- 급속충전기 공사 등 신규 업역에서도 분리발주 지켜져야
- 전기공사업계 ‘시공품질 확보’에 주력

전기공사 분리발주는 시행된 이래 계속적인 도전을 받아왔다. 법에 명시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전기공사업계는 끊임없이 편법과 불법에 대응하는 논리를 만들고, 때로는 발주처의 억지 논리에 반대하는 집회를 시행하는 등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왔다. 업계는 이런 소모전에 종지부를 찍고, 전기공사업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시공품질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최근 새롭게 편입되는 전기공사업역을 포함한 세부 사항을 명시하여 불필요한 논쟁거리를 없앨 필요가 있다.

◆ 법에 명시된 ‘전기공사 분리발주’…문제는 명확하지 않은 예외규정

전기공사 분리발주 제도는 전기공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부실 시공 방지 및 시공품질 향상을 도모하고, 중소기업을 육성 보호하기 위해 1976년부터 법으로 명시해 의무화하고 있다. 전기공사 분리발주는 ‘건설산업기본법상의 건설업의 정의’와 ‘국가계약법상의 분할계약 예외규정’을 근거로 적용되고 있다.

국가 및 지방계약법상에서는 원칙적으로 분할계약을 금지하고 있으나, 예외규정 중 다른 법률에 의해 분리발주할 수 있도록 규정된 전기공사는 분할계약금지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문제는 명확하지 않은 예외규정이다. 전기공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사의 성질상 분리해 발주할 수 없는 경우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공사로서 기술관리상 분리할 수 없는 경우 ▲국방 및 국가안보 등과 관련된 공사로서 기밀 유지를 위해 분리해서 발주할 수 없는 경우 등은 전기공사 분리발주 예외사유가 된다. 하지만 세부내역이 명시돼 있지 않다 보니 논쟁의 소지를 항상 안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요 입찰 및 낙찰자 결정제도는 아래와 같다.

최근 분리발주 예외로 발주되고 있는 기술제안입찰의 경우 상징성·기념성·예술성 또는 고난도 기술시설물의 경우 분리발주 예외규정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행정편의주의에 일관해 통합으로 발주되는 경우가 많다.

◆ 기술제안 입찰에도 ‘분리발주’ 가능

지난 4월 통영시청 앞에서 열린 ‘통영-고성 광역자원회수시설 통합발주 저지 궐기대회’에는 400여명의 전기공사기업인이 모여 분리발주를 요구한 바 있다. 현재 통영시는 핵심시설을 제외한 일반 전기공사의 경우 분리발주를 요청하겠다고 밝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고덕강일 2단지 제로에너지 아파트 공사’를 기술제안입찰로 기본설계하면서 전기공사를 분리발주했다. 해당 공사는 에너지를 자체생산하는 패시브 하우스 시범단지로 지상 18층, 총 844가구 규모다. 패시브 하우스이긴 하나 전기시공분야는 기존 아파트 공사와 차이가 없어 분리발주로 발주했다. 서울주택공사 관계자는 “내부 검토를 거쳐, 분리발주 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은 충북 오창에 시험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기술제안입찰을 통한 통합발주로 전기·통신 공사를 발주했다가 재공고를 통해 분리발주키로 결정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8월 국내 최초 의료기기 GLP시험센터인 ‘오창 GLP시험센터 구축공사’ 발주 시, 고난도의 시공기술이 요구돼 당초 분리발주가 어렵다는 입장이었으나, 내부 검토 결과 분리발주 시에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앞선 사례와 같이, 기술제안입찰의 경우도 일반 전기공사의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얼마든지 분리발주가 가능하다. 결국 행정편의주의로 인해 분리발주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한국환경공단, 전기자동차 충전설비 1000여기 전기공사 분리발주

한국환경공단은 2018년 전기자동차 공공급속 충전기 설치공사를 전기공사업 분리발주로 시행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의 경우, 전기공사와 캐노피 공사를 통합발주하는 한편, 입찰 참가 자격도 전기공사업과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 등록업체 겸업 제한을 해 대다수 전기공사기업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전기자동차 급속충전기를 통합발주 할 경우 전기공사기업이 충전기 제조 업체의 하도급으로 전락해, 하자보수 분쟁 및 사후 관리 문제점 발생 시 책임 소재 공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전기공사협회(회장 류재선)는 충전기 물품 구매와 시설공사를 분리발주하고, 급속충전기와 캐노피 설치공사를 별도로 시행토록 건의해, 한국환경공단은 2018년 발주예정인 급속충전기 1000여기에 대해 전기공사 분리발주가 지켜졌다.

협회는 “전기자동차 충전기를 발주 관행으로 물품 구매할 경우 전기공사업의 면허제도 취지를 상실할뿐더러, 통합발주 시 전기공사 분리발주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겸업 제한에 따라 전기공사업체 중 대다수인 겸업 미보유 업체의 단독 입찰 참여가 불가한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 분리발주 타당성 위한 시공품질 확보에도 노력해야

전기자동차 급속충전기를 분리발주한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전기공사기업도 전기공사라는 전문성을 갖추는 데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시공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몇몇 기업들의 영향으로 분리발주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리발주에 대한 발주처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시공품질로 분리발주의 취지를 지키는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전기공사협회는 지난 5월 29일 대전에서 열린 ‘2018전기공사엑스포’에서 ‘클린경영 문화확산 비전 선포식’을 류재선 회장과 20대 시·도회장단과 함께 열었다. 협회는 이번 결의문 선포를 통해 양질의 전력설비 시공을 위해 힘쓰고 불법하도급 근절 등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문화를 선도해 전기시공품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공사업계 관계자는 “분리발주를 위해서는 발주처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분리발주제도가 유용하다는 점을 우리 업계 스스로 증명하고, 시공품질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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