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자료 배포나 사진 촬영을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최근 한 철도 관련 행사를 취재할 때의 일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철도업계의 쟁점으로 부상한 남북철도사업에 대한 특별 세션이 마련됐으나, 행사 주최 측이나 발표자나 조심스럽기 그지 없었다.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이후 연일 남북철도, 북방철도 등의 이슈가 신문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터라 더 의구심일었다. 무엇이 그들의 입을 막은 걸까.

후일담을 들어보니 나름대로 여러 핑계거리가 있었다.

먼저 남북관계가 하루 단위로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내부에선 “외부 발언은 자제하자”는 의견이 있었단다. 십 수 년간 반복돼 왔던 것처럼 ‘반짝’하고 말 수도 있으니, 괜히 헛물만 켜지 말자는 얘기다.

또 다른 하나는 부담감이다. 남북관계는 정치·외교의 관점에서 풀어야 할 사안인데, 사업주체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문제다. 특히 모든 정부 부처들이 남북 관련 담론을 민감한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 앞서 나갔다는 ‘눈치 없다’는 볼멘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말이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협력이 평화 체계 구축에 기여해온 수많은 사례를 지켜봐왔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서독의 물밑 경제지원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경협은 그만큼 힘이 세다.

남북관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남북철도 사업이 계속 논의돼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철도사업의 경우 노반부터 신호·통신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사업으로, 기본계획 수립부터 완공까지 최소 8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일찍 준비해도 적기에 철도망 구축이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어야 하는 이유다.

남북철도는 포화상태에 접어든 철도업계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국가경제 발전, 평화체계 구축의 밑돌이 될 수 있다. 올해 들어 남북관계 개선을 계기로 한창 담론에 불이 붙었던 철도업계는 때 아닌 침묵 속에 빠졌다. 각 기관 간의 협력체계 구축이 본격화되던 시점에 또 다시 냉각기로 향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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