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populism)은 라틴어 ‘포풀루스(populus)’에서 유래됐다. 포풀루스는 ‘인민’, ‘대중’, ‘민중’을 뜻한다.

따라서 포퓰리즘은 ‘대중주의’ 내지 ‘민중주의’ 정도로 직역할 수 있다.

‘대중의 뜻을 따르는 정치행태’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와도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민주주의를 뜻하는 ‘데모크라시(democracy)’의 어원인 ‘데모스(demos)’ 역시 ‘인민’을 의미하는 만큼 포퓰리즘과 데모크라시의 차이는 기원이 되는 언어 차이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언제인가부터 포퓰리즘의 의미가 변질됐다.

요즘은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체제로 불려진다. ‘대중주의’ 대신 ‘인기영합주의’라는 표현으로 확실히 각인됐다.

1890년 미국의 양대 정당인 공화당, 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해 생겨난 인민당(populist party)이 농민과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 정책을 표방한 게 포퓰리즘이 ‘인기영합주의’로 각인된 배경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후 포퓰리즘은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 경제논리에 반하는 선심성 정책을 펴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논쟁이 한창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한반도 평화’ 분야의 세부공약이 논란이다.

민주당은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 ▲백두산-개마고원 연계 관광코스 개발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추진 ▲경원선 철도 연결 ▲두만강(나선) 지역 남·북·중·러 공동 개발 ▲아시안 하이웨이 H1 노선(부산~베이징~터키) 연결 ▲서울~신의주 고속철도 건설 등을 포함한 23개 세부 공약을 발표했다.

이 중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다. 한 달 전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등의 평화분위기를 지방선거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급조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민주당이 약속한 공약들은 모두 유엔의 대북경제제재가 우선 해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직후까지의 분위기라면 유엔 경제제재 해제를 거쳐 순차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양냉면’까지 나눠먹었던 북한이 갑자기 강경자세로 돌변하고, 한미연합훈련과 태영호 전 북한공사 발언 비난에 이어 대북전단 살포, 탈북 종업원 송환, 북미정상회담 취소까지 언급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실현가능성은 아주 요원해 보인다.

미국의 신학자이자 정치개혁가였던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는 “정치꾼은 다가오는 선거를 생각하고, (위대한) 정치인은 다가오는 세대를 생각한다(A politician thinks of the next election. A statesman, of the next generation)”고 했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민주당 공약은 정치꾼의 감언(甘言)일 공산이 크다. 다가오는 세대를 생각한다면 남북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공약 대신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먼저 할 수 있는 일들을 약속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공약을 포퓰리즘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