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 5법 윤곽 나왔지만 주체 따라 ‘온도차’
빗장 풀고 산업계 현실 반영한 현실적 규제 필요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의 5대 핵심공약에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명시하면서 규제혁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의원 발의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금융혁신지원법 제정안,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안,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 지역특구법 개정안 등 5개 관련법을 통과시켜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의 발전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막상 규제혁신 5법의 윤곽이 드러나자, 산업계 곳곳에선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공개된 법안의 세부 내용이 기존 법보다 후퇴했거나, 향후 산업계의 발전을 쫒아가기엔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이다. 규제혁신이 산업계 현실과 유리된 ‘갈라파고스 규제’가 되지 않으려면 빗장을 풀어 완전히 새로운 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촉진을 위한 규제개혁 입법방안 토론회’에서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규제혁신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법안의 세부내용이 되레 신기술·신산업 연구개발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사진>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규제 방식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신기술·신산업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인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규제혁신 방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신산업 분야 제한을 꼽았다. 규제 샌드박스 적용 산업 분야를 제한할 경우 제외된 산업군에 박탈감을 줄 수 있고, 정부가 특정 분야를 밀어준다는 신호로 읽힐 우려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 ‘국가경쟁력강화법’을 통해 분야를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 분야에 샌드박스를 적용하고 있다”며 “미래 산업의 예측 불가능한 특성을 고려할 때 좀 더 빗장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과실 배상책임제 도입도 도마에 올랐다. 이 제도는 규제 샌드박스에서 혁신기술이나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고의·과실 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로, 산업계의 연구개발 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김 교수는 “무과실 배상책임제는 ‘진입장벽’의 성격이 강해 신산업 창업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과 역행하는 것”이라며 “샌드박스 입주 기업들에게 제약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폐기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어 “과거 미국 오바마 대통령 정부의 규제개혁이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개혁의 중심을 ‘목적’이 아닌 ‘수단’에 뒀기 때문이다”라며 “온건한 개입주의를 통해 기업과 국민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게 규제개혁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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