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연체 대출액 증가율 5년 만에 첫 플러스 전환

올 들어 가계 신용대출이 이례적으로 급증하며 가계 빚의 질도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옥죄기’ 정책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가계 연체대출액 증가율은 5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로 올라섰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길이 막힌 수요가 되레 금리는 높고 담보도 없는 신용대출로 옮겨간 탓에 가계부채의 위험성만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의결한 2018년 4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가계 연체대출잔액은 전년동월대비 3.0% 늘어나 2013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증가율을 나타냈다. 연체율은 2월 기준 0.3%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지만 연체액 자체는 늘었다는 얘기다.

이는 신용대출 증가세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한데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신용대출은 급격히 불어났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지난해 10월 3조5000억, 11월 3조7000억원 늘어나 두 달 연속 역대 최대폭 증가 기록을 세웠다. 올 1분기에도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증가액을 나타내며 가계부채 급증기였던 지난 2015년 1분기(-1조8000억원), 2016년 1분기(7000억원) 기록을 가뿐히 갈아치웠다.

마이너스였던 신용대출 연체액 증가율도 같은 시기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지난해 10월 2.1%로 올라선 뒤 11월 3.3%, 12월 3.5%, 올 1월 2.6%, 2월 9.2%까지 상승했다. 지난 2월 주택담보대출 연체액 증가율이 여전히 -2.9%에 머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통상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은신용대출이 늘기 시작하면서 빚의 질도 나빠진 셈이다.

한은은 "올 들어 연체대출잔액 증가율이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취약차주 부채도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금리가 오르면 다른 차주에 비해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취약차주는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간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이거나 저소득(소득 하위 30%)인 경우를 뜻한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82조7000억원으로 전년(78조5000억원)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차주 수도 같은 기간 146만6000명에서 149만9000명으로 늘어났다.

여전히 빠른 가계빚 증가세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해 기준 8.1%로 2015년(10.9%), 2016년(11.6%)에 비해 둔화되긴 했다. 그러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말 159.8%로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현 시점에서는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안정을 크게 저해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가계부채의 총량이 이미 높은데다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금융불균형 누적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 추이나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요인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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