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력 부문 지원사업·전력 협업체계 구축 등 기대
철도 개·보수, 대북 철도사업 위한 물밑 작업도 한창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력 분야를 비롯해 철도 등 SOC 분야가 경협의 첫 관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 전력·교통 인프라 노후화 정도가 심해 개량이 시급하고, 타 산업 진출을 위해서라도 추진 기반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산업계 곳곳에선 벌써 경협 재개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방법, 속도에 대해선 일부 의견 차가 있지만, 경협 재개 이전에 북한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중장기 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현재 북한의 전력·SOC 분야는 어떤 수준일까. 북한 인프라 현황과 경협 재개 시의 과제, 전망 등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북한 발전설비 용량 남한의 7.6% 불과…노후화 정도 극심=북한의 전력 인프라는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발전설비 용량의 부족이 에너지 총 소비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생산설비 투자 부실로 나타나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전기협회의 ‘2017 전기연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북한의 총 발전설비 용량은 742만7000kW로 남한의 설비용량인 9764만9000kW 대비 7% 수준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설비 구성을 살펴보면, 북한은 수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2015년 총 발전 설비용량에서 수력이 차지한 비중은 60.1%로, 나머지 39.9%는 화력이 차지했다.

반면 남한의 경우 수력의 비중은 6.6%로 높지 않은 편이다. 가장 높은 발전원은 65.4%를 차지한 화력이며, 22.2%를 원자력이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기간 북한의 총 발전량은 190억kWh를 기록했다. 이는 남한의 발전량 5281억kWh의 3.6%에 달하는 수준이다. 남한은 1970년대 이후 57배의 증가폭을 기록한 반면, 북한은 1980년대부터 변동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발전원의 다변화를 이룬 남한과 달리 기존 수력 설비에 의존한 북한의 전력 생산체계가 발전량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설비용량·발전량 부족은 에너지 소비량 감소로 이어졌다. 북한의 1차 에너지 총 소비량은 1985년 남한과 유사한 1.31TOE 규모였으나, 2015년에는 0.36TOE를 기록해 남한의 1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북한의 에너지 부족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또 에너지원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1차 에너지 소비구조 중 약 73%는 석탄(45.2%)과 수력(28.7%)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경제상황 악화로 인해 에너지원 수급에 문제가 생기자 자체 생산 가능한 석탄·수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결과로 분석된다.

아울러 발전설비의 심각한 노후화도 북한 전력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화력발전소의 경우 준공 이후 30~40년 이상 경과된 설비가 대부분으로 노후화가 심각하며, 유지·보수를 위한 부품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력발전소 또한 마찬가지다. 상당수 설비가 일제강점기 때 완공된 50년 이상의 노후설비로, 전체 발전설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큼에도 중·소수력 설비용량이 수백kW 수준이라 전력난 타개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력 인프라 현황에 기반해 중장기 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전력 공급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전력 협력을 통해 북한의 에너지 자원 개발을 촉진하고, 장기적으로 남북한 에너지부문 통합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구자윤 시그레 한국위원회 특임전임위원장은 “단기적으로는 민간 차원의 소규모 시범사업으로 태양광·풍력 등을 활용해 주민 생활에 안전에 기여하고, 이후 기존 수력·화력발전소 리모델링을 통하는 식으로 전력 부문 접근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협력 규모와 투자비 관점에서 사업모델을 시범사업·경협사업·인프라 투자사업 등으로 세분해 선제적으로 단계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 인프라 개·보수 시급…물밑 작업 통해 북방철도 연계 포석 둬야=북한의 철도 인프라는 장차 남북한연결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계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관심도가 높다. 특히 현 정부가 남북을 매개로 동북아 전역을 하나의 경제권역으로 묶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축을 역점과제로 추진 중인 만큼 대북 철도사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물류·교통 통합망이 경제권역 구축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별개로 북한의 철도 인프라 수준은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철도 부문과 달리 복선화율이 3% 수준밖에 되지 않아 운행 효율성이 낮고, 일반 화차가 운행하기에도 레일·교량 등 기본 인프라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철도 현대화 사업에 앞서 개·보수 사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북한의 전체 노선은 총 5456km로 남한의 4197km보다 규모가 크다. 하지만 열차 운행 효율성과 직결되는 복선화율은 3%에 불과해 48.8%를 달성한 남한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노선의 노후화 정도다. 북한의 주요 노선 대부분은 1930년대에 구축됐다. 가장 오래된 판문~평양 구간 평부선, 평양~신의주 구간 평의선의 경우 1906년에 부설됐다.

규모가 큰 노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총연장 784km의 간리~라진 구간 평라선은 1945년, 324km의 청암~라진 구간 함북선은 1935년에 부설됐다. 이 노선 대다수가 TSR 연계 시 통합 노선에 포함된 터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재 국내 철도 유관기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선제적으로 대북 철도사업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기본계획부터 완공까지 최소 8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철도 건설의 특성상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공단과 코레일은 철도발전협력단을 발족해 대북·북방 철도사업 논의를 시작했다. 논의 초기 단계로 가시적인 성과물은 없지만, 앞으로 양 기관이 협력하는 공동 사업도 나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아울러 북한 연계의 관문인 동해선의 경우 향후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 지정을 신청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동해선은 남한의 강릉~제진 구간을 포함해 북한의 금강산까지 총 135.7km를 잇는 노선으로, 경의선·경원선 등 대북 철도사업의 3대 노선 중 하나다.

이밖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경우에도 앞서 개발한 TSR 연계용 궤간가변대차의 시험을 위해 러시아철도연구원(JSC VNIIZHT)과 철도 연구개발·기술협력 MOU를 체결하는 한편, 타 기관과의 협업 체계를 논의하고 있다.

한 철도기관 관계자는 “대북 철도사업을 기관 간의 협업을 통해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정상회담 이후 경협이 재개되면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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