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가 전기공사는 분리발주를 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아 지역 중소 전기공사업체는 물론 전국 1만 6000여 전기공사업체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경남 통영시는 588억원 규모의 ‘통영-고성 광역자원회수설비 및 부대시설’ 공사 발주를 예고하며 기술제안형 입찰을 통해 통합발주를 계획하고 있어 400여 전기공사업체 대표들이 19일 통영시청으로 달려갔다. 전체 588억원 중 전기공사 물량은 18억원가량 된다. 단일 전기공사로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전기공사업체들이 분리발주 사수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것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분리발주가 무너지는 순간 전문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전기공사 분야는 전문성의 실종은 물론 대형건설사의 하도급 업체로 전락해 심각한 경영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 대기업 협력업체로 등록된 전기공사업체들의 소망은 제값 받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한 품셈의 10% 예산으로 일을 하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어떻게든 예산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건설사들의 횡포다.

이런 횡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분리발주인데, 이마저 무너진다면 전문 전기공사 분야는 영원히 영세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또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전기분야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잃게 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분리발주는 또 현 정부에서 지향하고 있는 국정목표와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일단 고용창출 분야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금액이 100억원인 공사를 기준으로 봤을 때 통합발주를 했을 경우 고용 인력이 47명인 데 반해 분리발주를 통해 전문 업체가 공사를 할 경우 135명에 달한다. 2.8배가량 고용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의 부가가치도 분리발주가 훨씬 높다. 100억원의 공사금액을 기준으로 부가가치 창출액은 분리발주 했을 때 통합발주보다 16.7% 높다.

분리발주는 대기업과 중소 전문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공정한 경쟁’은 현 정권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한 것이며, 더 나아가 자본주의 경제를 지탱하는 제일원칙이라 할 수 있다. 명확한 원칙이 있고 법에 명시된 분리발주를 어기는 공무원 또는 발주기관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 보니 힘없는 사람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높여야 되는 상황을 정부는 바라만 보면 안 된다. 통영시도 광역자원회수설비 통합발주를 하면서 기술이 복잡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달지만 이는 분리발주 회피를 위한 명분 쌓기며 결국 대기업 감싸기에 불과하다.

만약 통합발주로 입찰이 진행된다면 공사를 낙찰받은 대기업은 전기공사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최저가 입찰’이란 그들만의 룰에 따라 업체를 결정할 것이며, 결국 정부의 예산 대부분은 대기업의 불로소득이 되고 중소기업은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의 금액으로 공사를 하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이번에 분리발주를 어긴 기관, 담당자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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