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68)은 취미 없이 음악에만 매진한다. 외로울 법도 하지만 음악만 하기에도 시간도 빠듯하다고 했다. 내일모레 일흔살이지만 유튜브로 K팝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엑소, 빅뱅의 노래를 찾아듣고 아일랜드 록밴드 '스크립트', 호주 출신 스타 싱어송라이터 시아의 음악을 즐겨듣는 그가 데뷔 50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솔직한 문답을 털어놓았다.

-데뷔 50주년 소감은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행복해요. 반세기, 50년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보답할 길이 없을 거 같아요. 그리고 여러분, 깊은 관심에 대단히 대단히 고맙습니다.

-어떤 호칭이 좋나요?

"조용필 씨가 굉장히 좋아요. 선생님, 가왕,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려고 노래, 음악을 한 것이 아니에요. 한데 저한테 다 부담으로 옵니다."

-2008년 세계적인 공연장인 라디오시티 뮤직홀에 국내 가수로는 처음으로 공연했습니다.

"2003년과 2005년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을 보여주니까 바로 통과가 됐어요. 제가 알기로는 라디오시티뮤직홀 무대에 한번 서면 또 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서, 남아 있어요."

-KBS '가요톱텐'에서 통산 69주 1위를 차지했는데, 조용필 씨가 오랫동안 1위를 차지해서 1위를 계속 할 수 없게 만든 '골든컵' 제도가 생긴 것으로 압니다.

"한 사람이 계속 1위를 하니까 처음에는 7주로, 그 다음에는 5주 연속으로 제한을 한 것으로 알아요."

-오래도록 정상에 있는데 피곤하지는 않으신가요?

"정상이 뭔지, 기록이 뭔지 그런 것은 잘 몰라요. 오랫동안 하다 보니까 그런 거죠. 음악을 좋아서 듣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이 음악을 내면 감동을 받고. '나는 왜 안 되는 걸까' 고민하고, 그렇게 음악이 좋아서 한 것인지 각종 기록에 대해서는 몰라요."

-2003년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에서는 비가 엄청 내렸던 것으로 압니다.

"이 공연이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공연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암감이 들었죠. 무대에 물이 차서, 정말 미끄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고, 악기가 손상이 될까, 모니터가 손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제 목소리가 안 들려서 정말 힘들었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정말 끝까지 팬들이 남아 계셨어요."

-지금까지 총 19집을 내놓았습니다. 드물게 1989년 파트 1·2, 2장으로 나누어 발매한 10집으로 인해 앨범은 총 20장이죠. 가장 애착이 가는 앨범이 있습니까?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대부분이 정성을 들여서 어느 앨범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곡으로 따지면 있기는 해요. '꿈'과 '추억 속의 재회'죠. 같이 만들었는데. 어떤 것을 먼저 낼까 고민을 했어요. 두 곡을 같이 내기에는 아까우니까요. 주위 음악 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봤죠. '꿈'이 좋다고 해서 '추억 속의 재회'를 먼저 냈죠. '꿈'은 비행기 안에서 작사, 작곡한 노래죠. 연습할 때 제일 먼저 불러요. 목소리 푸는 걸로. 왜냐하면 멜로디 라인이 어렵지 않거 든요. 이후에 '단발머리'를 부르죠."

-도전의 마인드가 있습니다.

"도전은 아니었어요.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해요. 지금도 매일 들으니까요. 유튜브를 통해서 많이 듣지만요. 미국에서 나온 노래, 빌보드에서 나온 노래를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음악만 들어요."

-세대통합능력자입니다.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열광은 아니에요(웃음). '바운스'를 통해 저를 몰랐던 사람이 저를 알 수 있었던 정도죠.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어요.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딱 한 가지 생각한 건 젊은이들이 기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죠. 예를 들어 열 다섯 살이 저를 안다면, 50~60년은 저를 더 기억할 수 있어요. 그러면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 나오죠. 그렇게 찾고 찾고 해서 나왔던 곡이 '바운스' '헬로'였습니다. 그로 인해, 젊은 층이 저를 알게 됐죠. '저 사람이 이런 음악도 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 분들로 인해 50년 저를 더 알 수 있게 된 거죠."

-'꼰대'라는 말 아세요? 꼰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당연히 오는 거잖아요, 쉽게 받아들이면 되고, 꼰대라고 생각하면 편해요. 거부하는 거 아니죠. 저도 내일 모레면 일흔살인데 부러 이야기해요. 그래도 이 나이에 열심히 하고 음악 좋아하고 있다고 해요. 음악은 자기가 좋아서 하면 됩니다. 제가 왜 미성에서, 목소리를 바꿨냐면 미 8군 부대에 있을 때 외국 록을 할 수가 없었어요. A마이너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제가 낼 수 있는 게 G마이너밖에 안 되더라고요."

-눈에 띄는 후배가 있나요?

"이 자리에서 누구다, 할 수 없어요. 근데 지금 유명하면 뭔가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열광하고 많은 팬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유명한 아이돌 그룹 누구라고 하면 분명 이유가 있죠. 들어보면 '그래 맞아'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방탄소년단, 엑소도 들어보셨나요?

"엑소, 방탄소년단, 빅뱅 공연을 물론 봤어요. 비록 유튜브로 봤지만요. 그런 친구들이 왜 유명한가, 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어요. 노래를 잘한다든지 잘 생겼다든지 있어요. 그 매력이 있죠."

-최근 K팝 글로벌 약진이 눈에 띄지만 조용필 씨 같은 씨앗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봅니다. 아이돌 그룹의 음악과 비주얼은 어떻게 보세요?

"제가 지금 활동했으면 안 됐을 거 같어요. 일찍 태어나서 음악을 하고 노래를 하게 된 거죠. 비주얼적으로 절대 안 됩니다. 키도 작고, 요즘 애들 너무 잘 생겼잖아요. ('작은 거인'이라는 수식이 있지 않냐고 하자) 그건 진짜 키가 작아서죠(웃음)."

-새 앨범 작업은 얼마만큼 진행이 됐나요?

"20집은 꼭 내야 해요. 그런데 (크게 성공한) 19집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서 이번 앨범은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과합니다. 수많은 곡을 접하고 만들었는데 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현재 완성된 곡은 여섯, 일곱 개 정도 됩니다. 그런데 5월에 공연해야한다는 압력 때문에 모든 것을 중단한 상태에요. 올해 안에는 못 나온다고 생각해요. 혹시 음원은 모르지만, 음원을 발표한 적이 없어서요. 한번 꽂히면 다른 것은 못해요. 음악 작업을 하면 음악작업, 콘서트 준비면 콘서트 준비만 하죠."

-최근 평양 공연은 어떠셨나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제 자신에 대한 자책을 많이 했어요. 안타까웠던 거 같아요. 제가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의료진도 따라갔지만 되지 않아서 잘 먹지도 못하고 그럴 정도였는데, 아무튼 최악의 상태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아요. 우선 2005년도(조용필과 위대한탄생 단독공연)에 다녀왔고, 그래서 그런지 낯설지는 않았어요. 간다는 자체가요. 2005년도에 물론 호텔에서 공연장까지만 다녔지만 이번에 가니까 많이 달라졌어요. 근데 안내원 한 분은 그 때(2005년) 그 분이 또 오셔서 반가웠죠. 그 때 같이 오셨었던 여자분은 결혼해서 잘 산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분이 오셨죠. 또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갔어요. 다들 갔는데. 냉면을 못 먹었죠. 평양 공연은 물론, 그 쪽 음악이 우리하고 저희들 음악이 다르죠. 저희들 음악을 쉽게 받아줄까, 어떻게 생각할까 굉장히 궁금했어요. 표정도 보고 했는데 속은 잘 모르죠. 그 사람들의 마음을. 그렇지만 남측의 음악을 들려주면서 경험을 통해 조금씩 바뀌는 것이니까요. 음악적으로 이번 기회에 좋았어요."

-목소리는 여전히 생생하십니다.

"목소리가 나빠졌는지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나와요. 나이가 들면 중저음이 떨어져요. 힘이 떨어지거든요. 사무실 뒤에 스튜디오가 있는데 스튜디오에서 중저음 곡을 골라서 중저음만 연습합니다. 제 남아 있는 힘을 확실히 받아줄 수 있을까, 호흡과 자기 힘을 느껴야 하죠."

-요즘 플레이리스트는요?

"라틴 쪽이 대세이기는 길게 가지는 않을 거 같아요. 가끔식 (아일랜드 밴드) 스크립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는 호주의 시아. 가수가 좋다면 그 가수가 발표한 앨범을 처음부터 다 들어요. 코드를 어떻게 쓰느냐. 화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중심으로 듣죠."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저는 사실 심심한 하루 하루를 보내요. 심심하면서도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요. 할 게 너무 많아요. 연구라기보다, 공연이 있으면 6~7개월 전부터 준비에 들어가죠. 투어는 계속 하고 있으니, 그것만 해도 1년이 금방 지나갑니다.

-음악 말고 취미가 있나요?

"없어요. 심심하게 산다는 말이 맞는 것이 남들은 모으기도 하고, 그런다는데 그런 것이 없어서 물으면 곤란하죠. 옛날에 어렸을 때 당구를 쳤는데, 처음에 큐대 잡으면 80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120까지 올라갔어요.

-혼자 사시니까 요리도 하시나요?

"와이프(1994년 조용필과 결혼한 안진현 씨는 2003년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가 있을 때는 도와주고 그랬지만, 그 후에는 그런 거 안 해요. 아주머니가 다녀가시는데, 아침만 얻어먹고 있죠.

-외로울 거 같아요. 생활 자체를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요?

"만나자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친구들이 몇 없는데 사업하고 바쁜 친구들이라 전화 를 하죠. 만나자고 하면서도 못 만나고(웃음). 드라마는 계속 봐야 하잖아요. 지나고 나면 뭔지 몰라 안 보게 되고요. 개인적으로는 아프리카를 다녀왔을 때 세렝게티가 인상적이었어요. TV는 동물 프로그램을 자주 봐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와일드'나 '동물농장'을 봅니다."

-아이유 씨가 '나는 너 좋아' 리메이크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허락을 해주실 건가요?

"지금은 맡길 수 있어요. 예전에는 이상하게 만들어서 승락을 안 한 경우도 있지만, 지금 후배들은 잘 만들잖아요!"

-새 앨범 작업에 대해 조금 더 힌트를 주실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중단된 상황이라. 제 성격이 완벽하지 않으면 못 내요. 아마 올해 안에 못 낼 거 같아요. 6월에 봄 투어 끝나고 2개월 쉬고 가을에 다시 시작을 하는데. 한다면 그 중간에 준비를 해야겠죠. 작업이 굉장히 괴로워요. 가끔 사람들이 그래요. 그 나이가 되면, 인생에 관한 그런 음악을 발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묻죠. 속으로는 '웃기고 있네' 그래요. 음악은 음악이지, 그 자체가 세월이 지나면 역사가 되는 겁니다. 인생에 대해서는 시인들이 논하고, 문학 작품에 쓰는 거죠. 노래는 노래일 뿐입니다.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요. 지금 작업하고 있는 곡은 미디엄에서 빠른 곡들이에요. 요즘 트렌드가 EDM, 힙합 사운드이죠. 여러 갈래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노르웨이 출신 DJ) 앨런 워커가 맞더라고요.

-이번 콘서트 타이틀이 '생스 투 유'인데,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신 거죠.

"노래한 것이 50년은 아니에요. 46년 되는데 그 동안 팬클럽이 생겼죠. 많은 분들께 사랑도 받고, 즐거움도 같이 음악을 통해서 나누고, 노래를 할 수 있었잖아요. '당신이 있었기에 내가 있어서 참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죠."

-뮤지컬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뮤지컬을 좋아해요. 음악 장르는 다 찾아 듣는 거죠. 브로드웨이에서 한달 동안 내내 본 적도 있었요. '맘마미아!'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기 2개월 전 보스턴에서 시범(트라이) 공연할 때 봤죠. 뮤지컬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어떤 뮤지컬은 11번씩 봤어요. 하루는 무대, 하루는 세트, 하루는 조명, 하루는 음향을 보고 메모도 했죠. 뮤지컬을 만들려고 했는데 실패를 했죠. 힘이 없어서 노래를 그만둔다면 프로듀서나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요."

-음악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음악을 접한 것이 다섯 살 여섯 살 때였어요. 하모니카를 통해 음악의 처음 느낌을 받았죠. 동네 시골 농촌이었어요. 하모니카를 연주한 분은 스물 몇 살 정도 되셨을 거예요. 그 때 충격을 받았다고 할까요. 아버지에게 사달라고 했어요. '푸른 하늘 은하수'(반달) 동요를 하모니카로 불렀죠. 그 후로 축음기로 가요를 접했고, 그 다음 라디오를 통해 팝을 알게 됐어요. 서울에 왔을 때는 형이 치든 통기타로 기타를 치게 됐고. 처음에는 그랬어요. 음악을 취미로만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친구들과 합주를 하고 그룹을 만들어서 하다 보니 안 되더라고요. 빠지기 시작해서 열심히 했더니 미8군에서 '엑스트라'로 나와봐라했고요. 68년 12월 에 기타를 치기 시작해서, 매력을 느꼈고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을 하면, 연구를 하다 보면 끊임없이 가게 되요.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하다 보니까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 때마다 충격을 계속 받고 있어요.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죽을 때 까지 배우다 끝날 거 같아요."

-2013년 '바운스'로 활동하실 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여전히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있나요?

"폐 끼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그런데 '저 사람 노래를 들으면서 살아왔는데 저 사람이 그만 두면 나는 뭐가 될까'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가장 두렵죠. 지금까지 저를 좋아한 분들이 어떤 실망을 할까, 그게 가장 두려운 거죠.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실망도 좋다면 해야죠. 그런데 프랭크 시내트라 마지막 공연을 봤어요. '저렇게는 못할 거 같다'고 생각했죠. 바꿔 생각하면, 팬들은 배신당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허락 되는 날까지는 열심히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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