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매입 부지 활용방안 검토 길어져 관련 지자체 ‘발 동동’

정부는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하기로 했지만, 이에 대한 후속조치는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울진 신한울 3·4호기, 영덕 천지 1·2호기, 삼척 또는 영덕 예정인 대진원전 2기 등 신규 원전 6기의 건설계획이 백지화됐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경북 울진과 영덕에 원전 건설 부지를 매입했고, 정부는 울진과 영덕, 삼척을 전원개발사업(원전 건설) 예정지역으로 지정·고시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매입한 부지의 활용방안, 고시 해제 등 신규 원전 백지화에 따른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뚜렷한 대책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한수원은 내년 10월 준공 예정인 신한울 1·2호기 옆에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신한울 1·2호기 건설과정에서 토지를 일괄 매입해 신한울 3·4호기 부지 매입비용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종합설계용역비 등 2703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원전의 경우 정부는 2011년 건설예정지인 영덕읍 석리, 매정리, 창포리 일대 324만6657㎡를 원전 건설 예정지로 정하고 이듬해 고시했다. 한수원은 2016년 7~8월 매입공고를 거쳐 면적기준 18%인 58만7295㎡를 사들였다. 한수원에 따르면 천지원전 부지 매입비로 541억원이 소요됐다.

한수원은 삼척 또는 영덕에 건설 예정이던 대진원전의 부지 매입비용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2012년 9월 삼척시 근덕면 부남리, 동막리 일대 317만8292㎡를 원전 건설 예정지역으로 지정·고시했고, 이에 따라 토지 소유주들의 재산권이 제한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영덕과 삼척 부지에 관한 계획은 결정된 것이 없다”며 “신한울 3·4호기가 지어질 예정이던 울진 부지는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해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수원이 신규 원전 백지화에 따른 후속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관련 지자체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영덕군은 천지원전 부지에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구축하는 등 대체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인 ‘동해안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구축’ 사업과 연계하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는 영덕군의 요구사항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덕군 관계자는 “영덕군이 백지화된 천지원전 부지의 활용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다고 있다”며 “대체 활용방안이나 고시 해제 등 후속조치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는 답을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 부지는 신한울 1·2호기 부지와 함께 발전 일괄 지정돼 신한울 3·4호기 부지만 별도로 고시 해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원전 관련 시설 건설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시 지정 해제는 한수원이 먼저 신청해야 하는 사안으로, 한수원이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지마다 상황이 다른데, 신한울 3·4호기 부지의 경우 부대시설이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건설 등이 논의되고 있고, 부지를 매입한 천지원전은 고시 해제 이후 부지활용 방안이 나와야만 해제가 가능하며, 대진원전 부지는 해제 쪽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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