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재 대한전기학회 회장
이흥재 대한전기학회 회장

지난 4월 10일 제 53회 전기의 날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전기사랑 마라톤과 신재생 및 전기차 충전인프라와 전기설비 기술기준에 대한 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로 71주년을 맞는 대한전기학회에서는 전기신문과

공동으로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패러다임까지 급변하고 있는 격동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전기분야의 핵심 유망기술에 대한 특별기획 시리즈를 약 10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물리학계에서는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를 ‘물리학을 뒤흔든 30년’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를 기반으로 이어진 IT와 인공지능 및 공학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산업구조는 물론 지구촌의 문화와 사회구조까지 변화시키는 단계에 이르고 있고, 앞으로도 향후 30년간은 이러한 극심한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1980년대 엘빈 토플러에 의해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예측된 바 있지만, 2016년에 개최된 다보스 포럼과 UN의 미래보고서 출간 이후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의 주된 원인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문화수준의 향상과 생활의 편리함보다는 고도의 자동화와 지능화에 따른 대량실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며, 이러한 공포는 향후 25년간 47%의 직업이 소멸될 것이라는 옥스퍼드 대학 보고서를 필두로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라는 토머스 프레이가 2030년까지 2억 개의 직업이 소멸될 것이라고 단언하였을 때 거의 최고조에 이르러 장기간의 실업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우리나라도 유명하다는 미래학자들을 대거 초청하였고, 때에 맞춰 미래의 예측에 관한 서적들이 홍수처럼 출간된 바 있다.

물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 기업인 이스트만 코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고, 미국 대형쇼핑몰의 1/3이 지난해에 문을 닫았는데 이것이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전망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 아니지만,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돌도끼를 사용하던 원시인이 청동기를 사용하며 인류의 삶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핸드폰을 살펴보면 전화와 라디오, 텔레비전, 녹음기, 전축 등 나의 어린 시절엔 상당한 부잣집이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하는 각종 전자기기들이 망라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계산성능도 70년대 대형 IBM 컴퓨터의 성능과 단순비교를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이러한 발전은 경천동지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것 같다.

정보와 데이터의 측면에서도 과거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었던 작업이 모바일 앱을 이용해 순식간에 해결되는 놀라운 시대에 살고 있으며 정보의 수집보다 양질의 정보를 선택하는 것이 더 어려운 데이터 홍수의 시대가 되었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뒤안길에 수없이 소멸된 제품과 기업, 근로자들이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를 회복하고자 지금의 핸드폰을 폐기하고 과거의 아날로그 시대로 회귀하는 일이 절대로 있을 수 없을 것임은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비단 핸드폰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모든 기술이 포화되는 수준에 이르러 이들을 고도의 연산능력과 통신망을 이용하여 융합하는 단계로 진행하고 있으며, 위성사진과 리모트 센싱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지구촌 어느 곳이든 필요한 정보를 상세히 수집할 수 있으니 전설적 스파이인 007 제임스 본드도 후배들의 대량실직 사태를 바라보며 지난 시절의 화려한 추억을 반추하고 있을 것이고, 근육질의 람보나 그린베레도 잠들거나 지치지도 않으며 초강력 센서와 고성능 무기를 탑재한 드론과 로봇군단의 등장을 보며 패러다임의 변화를 절감할 것이다.

또한 최근에 발표된 핸드폰은 문서를 스캔하면 다양한 외국어를 순식간에 번역해주니 앞으로 가장 빨리 소멸할 직업의 순위도 자율주행으로 인한 운전기사에서 외국어 번역가로 바뀔지 모르겠지만, 전기산업분야는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신기술이 대거 출현함에 따라 최소한 앞으로 30년간은 새로운 전성시대를 구가할 것임이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대한전기학회에서는 올해 전기의 날을 맞이하여 전기분야 최신기술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하며, 7월 11일부터 용평에서 개최되는 하계학술대회에서는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에 관한 특별 세션을 마련하여 전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관련 기술의 한계와 해결방안에 대한 강좌와 토론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전기분야가 우리나라의 차세대 경제를 견인하는 주력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본 고를 통하여 극심한 변혁의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학생들과 엔지니어들에게 몇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1. 아마존이나 페이스북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에는 기업의 성장도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적은 비용으로 매우 빠르게 달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올해 R&D 예산은 SOC 예산보다 더 많이 책정되었는데 이와 더불어 수많은 민간펀드들도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나아갈 젊은 청년들의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다리고 있다.

2. 기회는 변화의 시기에 찾아온다. 이제는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불리는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대변혁의 시기이니 미래를 상상하고 문제해결에 집중하라.

3. 대규모 직장은 고도의 지능화와 자동화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겠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직업들이 창출되니 UN보고서에서도 권장한 바와 같이 1인 기업을 준비하라.

4. 모든 문제가 사라지면 당신의 직업도 함께 사라진다. 성공하려는 자에게는 문제가 없는 것이 가장 문제임을 절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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