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IETA(국제배출권거래협회) 이사
김성우 IETA(국제배출권거래협회) 이사

스마트시티의 본질을 소개한 지난번 기고에 이어 이번에는 스마트시티의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도시’라는 공간은 거대한 ‘공장’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2/3와 온실가스의 70%를 내뿜고 있다. 이렇게 급속히 증가하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두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똑똑한도시(Smart City)인데, 그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글로벌 컨설팅 펌인 KPMG는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분석, 스마트시티의 핵심적인 요소를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 번째는 기술, 둘째는 데이터, 셋째는 시민들의 행동이다. 우선 기술이라는 측면의 예시를 들어보자. 뉴욕의 브루클린 지역은 2016년 4월 프레지던트 스트리트의 50가구를 대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최초의 P2P 전력 거래를 시작했다. 각 가정마다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와 스마트 계량기를 설치하고 자신들이 전기를 생산해서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계약으로 이웃에게 자동으로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전력’과 같은 중앙 전력 공급 회사 없이 개별 가정이 직접 전기를 사고파는 거주자 중심의 지역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중앙집권식 전력 공급 시스템 속에서 각 가정이 전력을 생산한다고 가정해보자. 101호에서 생산된 전기가 남았다면 그것을 전력 공급회사에 판매하고 전기가 모자란 102호에서는 역시 전력 공급회사를 통해 전기를 전송받아서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브루클린 마이크로그리드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개별 가구가 스스로 전력 거래를 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작동 방식을 간단하게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01호와 102호가 서로 전력거래가 발생하면 하나의 거래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다른 가구에서 그 두 가구 간의 거래를 인증한다. 일종의 ‘증인’이 되는 셈이다. 나머지 사람들의 인증이 완료되면 그 거래는 하나의 블록이 되어 저장된다.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수많은 블록들이 생겨나서 체인처럼 연결되어 있다. 중앙기관이 개입해서 두 가구 사이의 거래를 확인하지 않아도 정확한 거래 정보로서 저장, 보관된다. 이것이 블록체인의 기본 개념이다.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분산전원 확대에 따른 지역 기반의 운영, 관리 체계의 필요성은 물론 자연재해로 인한 정전에도 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부 해안을 덮쳤을 때 중앙집권식 발전소에서 공급하던 전력이 끊기면서 많은 가정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분산 전력 시스템이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전기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 이웃 간 전기자동차 충전서비스 거래 등 블록체인을 활용한 응용사업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브루클린 이외에도 텍사스의 그리드 플러스(Grid +), 스위스의 마이 비트(My Bit), 호주의 파워 렛저(Power Ledger), 네덜란드의 파워 피어스(Power Peers) 같은 유사 사업들이 확산되고 있다.

둘째 요소는 데이터인데 유럽도시의 사례를 들 수 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2016년 세계 최초로 마스를 상용화한 whim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인 이래 세계 각 도시에서 경쟁적으로 이 서비스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길안내 서비스 등을 이용하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갈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을 안내하는 서비스들이 존재하고 있다. 헬싱키의 whim 서비스에서는 대부분의 교통수단을 통합한 것은 물론이고 출퇴근, 주말활동, 여행 등 이동 목적에 따른 최적화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서울역에서 강남역을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교통 수단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역에서 강남역을 가는 길에 맛있는 점심을 먹거나 전시회를 구경하면서 비를 맞지 않고 갈 수 있는 옵션들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정액제 등 지불방식을 다양화하여 경제적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헬싱키 이외에 파리와 빈, 하노버,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유럽 도시들과 로스 앤젤레스, 덴버,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도시, 그리고 아시아에서 싱가포르 등이 이런 서비스의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셋째는 시민들의 행동양식 변화이다. 영국 런던에서 추진 중인 토크 런던(Talk London)은 기존의 열린 정부 개념에서 더 나아가 시민의 의견을 공유하고 이슈를 논의하는 고도화된 플랫폼이다. 토크 런던에는 현재 4만 명 정도의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설문조사, 토론, 댓글 등의 방법을 통해 정책을 제안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실제로 저공해자동차지역(Low Emission Bus Zone), 초저공해자동차지역(Ultra-Low Emission Zone) 등 저탄소 도시 개발을 위한 논의에 1만5천 명의 시민이 참여해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으며 즉각적인 정책으로 반영됐다. 그 결과 친환경버스만 운행할 수 있는 ‘저공해자동차지역’을 2017년부터 즉시 시행했고 , 2019년부터는 규정된 배출기준 이하의 차량만 진입할 수 있는 구역인 ‘초저공해자동차지역’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지금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도시를 정비하고 개발함에 있어서 기존에 하던 대로 ‘어쩌다 스마트시티’로 갈 건지, 미리 핵심요소를 바탕으로 각 도시의 니즈를 채우기 위한 스마트한 시티로의 의도적 탈바꿈으로 갈 건지! 그 선택에 따라 다양한 규모의 도시를 모두 보유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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