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토론회

올해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 2기를 두고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산업계와 환경계가 에너지전환을 중심으로 배출권거래제를 바라보는 입장은 미묘하게 달랐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은 8일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배출권거래제 2기의 주요 쟁점과 지난 3년간의 1기 성과를 놓고 각계 전문가가 의견을 내놨다. 특히 2기의 성공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투자에 중심을 둬야한다는 결론은 같았지만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투자를 고려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환경계에서는 에너지전환을 중점으로 산업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신재생E 발전에 투자하지 않고는 배출권거래제 할당량 달성 어려워

배출권거래제 시행 2기를 맞아 앞으로 3년 동안 기업들은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거래제의 할당량을 지켜야 한다. 문재인 정부들어 배출권거래제를 관장하는 부서가 기재부에서 환경부로 다시 이관된 만큼 더 철저한 이행이 요구될 것으로 산업계는 내다보고있다.

이에 따라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발표를 맡은 허재용 포스코 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배출권 시장의 불안정성과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배출권의 공급은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내부 기술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정부가 주는 인센티브로 배출량을 상쇄하는 것이지만 여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결방안으로 “정부 정책방향과 글로벌 추세에 따라 에너지전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통해 배출시장의 크레딧을 늘릴 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발맞춰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함으로써 RPS 제도에 따른 REC 수익을 얻고, 배출권거래제 이행목표를 달성하는 등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식 중부발전 발전환경처 기후환경실 부장 역시 배출권거래제를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선 에너지 전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하는 발전사가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하기 위해선 연료전환이나 기기의 효율 향상,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방법이 있다”며 “하지만 배출권거래제는 기기의 효율향상만이 인정된다. 대규모로 연료 전환을 하거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더라도 국가감축 목표에는 기여하나 감축량으로는 인정되지 않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전환을 중심으로 에너지믹스가 개편되는 만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할 경우 이를 배출권거래 시행과 연계해 인정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 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한 산업계 의식 구조가 바뀌어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배출권거래제의 본래 취지를 생각해 기업들이 단순히 배출권 구입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주목하지말고 기업 전체의 연료수급 구조를 재생에너지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대균 한국에너지공단 기후정책실 실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한다는 것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다는 게 아니라, 에너지사용량이 그대로여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곧 에너지 전환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는 당연히 비용이 들며 기업들은 어느정도의 비용부담을 감당한다는 생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라는 시장체제를 도입한 것은 이 비용을 어떻게 하면 최소한으로 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산업계 등의 주체는 어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위해서였다”라고 강조했다. 산업계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를 경제적인 영역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한 지적이다. 오 실장은 “만일 기업들이 에너지 전환으로의 구조 개편을 고려하는 의사결정 없이 현재의 연료사용구조를 지속하고 할당량을 어떻게 더 확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배출권거래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역시 에너지 전환은 정책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삶이 달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를 볼 때 배출권거래제 같은 대책은 경제나 환경의 문제를 넘어 우리 목숨의 문제”라며 “배출권거래제의 애초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무엇보다 중요하며 우리나라 산업구조도 에너지 전환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석탄화석 연료에 기반한 에너지 구조에 기댄 기업에 규제를 확실히하고 신재생 에너지 등에 적극 투자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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