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과 권위의 상징 이었던 공기업이 젊은 세대의 입사가 늘고 일과 삶 균형 찾기가 새로운 문화 패턴으로 자리 잡으면서 예전에 겪지 못했던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공공기관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원인을 찾자면 빠른 세대교체다. 올해는 베이비붐 1세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1958년생이 정년을 맞아 회사를 떠난다. 59·60년생까지, 산업화를 이끌고 조직을 주름 잡았던 세대가 퇴직을 눈앞에 두면서 그 자리를 20~30대가 메우고 있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입사 1~5년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인력의 20%를 훌쩍 넘겨 30%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일부 지방 사업장의 경우 50% 이상이 입사 5년차 이내가 차지하는 곳도 있다. 이렇다 보니 문화적 세대차 때문에 갈등이 폭발하는 곳도 있고,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문화가 생기는 곳도 있다. 이는 세대교체 과정에서 겪는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요즘세대들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승진에 대한 갈망보다는 여유로운 삶에 대한 열정이 크면서 밤낮으로 직장과 상사에 충성하며 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력 공기업의 경우 회식자리에서 빠지지 않던 ‘잔돌리기 문화’ 같은 관습이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예고 없이 ‘오늘 한잔’을 권하던 회식 문화는 지양하는 대신 사전에 회식 일정을 공지한다. 또 회식하면 따라붙던 저녁 술자리 대신 맛집 탐방을 하거나 연극, 영화 관람과 같은 문화회식을 통해 직원들과 어울린다. 이런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듣는 소리가 ‘꼰대’ 다.

현재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은 문화적 충격이라기 보다는 세대교체 과정에서 겪는 환경의 변화이며, 이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기업들은 세대교체에 따른 사무실 내 갈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신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제도를 얼마나 잘 만들어 내놓느냐가 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 수 있다.

요즘의 기업 문화는 직장에서 개별적으로 튀지 않고 함께 행동해야한다는 기존의 집단중심 사고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합리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얘기되고 있다. 공공기관 내에도 무조건 집단을 우선으로 하던 무언의 관습이나 규칙들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로 보면 된다.

‘워라벨’ 로 대표되는 요즘의 직장문화 현상은 공기업들이 흘려 들으면 안된다. 요즘 익명제도 사이트인 블라인드앱을 보면 자기가 소속된 조직에 대한 불만의 글이 가득하다고 한다. 이런 내부의 불만을 없앨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신세대 공기업의 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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