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업운전’서 ‘대국민 홍보・해체산업’으로 원전 역사 다시 쓴다

지난해 6월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되면서 원전산업은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고리 1호기가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원전의 설계-건설-운영-해체-처분’으로 이어지는 원전산업 전 주기 기술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리본부는 고리 1호기 해체작업 준비와 함께 ‘투명경영’을 모토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고리 1호기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원전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고,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원전해체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우고 있다.

국내 첫 상업운전을 개시한 고리 1호기는 ‘대국민 홍보와 해체산업’이라는 새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지난 6일 고리본부를 방문해 고리 1호기 견학 프로그램을 참관했다.

◆고리1호기 ‘원전 학습장’으로 재탄생

원전은 청와대, 공항 등과 같은 최고 보안등급인 ‘가급’ 국가보안시설이다. 이 때문에 외부인 출입은 철저히 통제된다. 견학을 원할 경우 한수원 홈페이지를 통해 방문신청이 필요하다. 출입 승인 절차를 고려해 2주 이상 여유를 가지고 신청하는 것이 좋다. 방문승인여부와 반입금지품 소지여부, 사전승인여부 등을 확인하는 까다로운 출입절차를 거쳐야만 발전소 정문을 통과할 수 있다.

견학코스는 고리 1호기 터빈건물 내 1층 주급수 펌프, 3층 주터빈실, 3층 주제어실, 외곽 설비 순으로 진행된다. 고리 1호기는 크게 원자로 건물과 터빈 건물, 보조 건물로 구성되는데, 현재 터빈 건물만 개방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과 원자로는 방사능 수치가 높기 때문에 제염작업 후 공개여부를 고려할 계획이다.

터빈실 출입문 옆에는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담은 통이 설치돼있다. 터빈이 돌아갈 때 발생하는 소음에 대비하기 위해서지만, 영구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귀마개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고리본부 관계자는 “고리 1호기가 가동 중일 때는 터빈실로 들어가기 전에 귀마개를 착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이 귀마개도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터빈건물 내부는 여느 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종 설비를 파이프라인이 이어준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청결상태다.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대청소를 한 것처럼 40년간 운영한 원전이라고 하기에는 바닥과 설비 모두 깨끗했다. 고리본부 관계자는 미세한 설비들이 많기 때문에 가동 중에도 항상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층 주터빈을 지난 다음 코스는 주제어실이다. 고리 1호기는 멈춰섰지만 주제어실에는 근무자가 상주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와 냉각재펌프 계통 등을 모니터링 하기 위해서다.

정하민 고리본부 해체준비팀장은 “원전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는 홍보관에서 학습할 수 있지만, 국민들이 실제 가동했던 고리 1호기를 직접 방문해 원전안전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리본부, 부·울·경 전력소비량의 절반 해당

고리본부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WH600 모델인 고리 2호기와 WH1000 모델인 고리 3·4호기, 한국표준형원전 OPR1000 모델인 신고리 1·2호기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 기준 고리본부의 발전 설비용량은 5137MW로 국내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4.8%에 해당한다. 발전량은 4만2144GWh로 국내 전체 발전량의 7.9%를 차지한다. 이는 부산·울산·경남의 2016년 전력소비량 8만7060GWh의 48.4%에 달하는 양이다.

특히 1978년부터 2016년까지 고리본부 총 누적발전량 8648억kWh는 부울경 지역 전체가 대략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부울경 지역의 전력공급을 책임지는 고리본부는 2020년 중반 이후 해체산업의 메카가 될 전망이다. 정부 방침대로 노후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고리 1호기에 이어 2025년까지 고리 2·3·4호기의 설계수명이 순차적으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고리 1호기 해체 준비 ‘차근차근’

한수원은 고리 1호기를 ‘단독 즉시해체’한다는 방침이다. 해체실적을 조기에 확보해 해외시장 진출기반을 구축해서다.

한수원의 계획에 따르면 해체작업은 총 15년 6개월가량 소요되며 2032년 12월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다.

1차 관문은 2022년 6월을 목표한 해체승인이다. 영구정지된 지난해 6월부터 5년간 해체 인허가와 사전준비 작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사용후핵연료를 냉각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시간이다.

최종 해체계획서 승인으로 1차 관문을 통과한다면 2단계로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을 구축해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는 3년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방사성계통과 구조물을 제염·철거하고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3단계와 부지를 복원하는 4단계까지 7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노기경 한수원 고리본부장

지난해 1월 취임한 노기경 한수원 고리본부장은 ‘안전하고 신뢰받는 행복한 고리본부’를 슬로건으로 내걸으며 고리본부를 이끌어왔다. 그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신고리 2호기 4주기 연속 무고장 안전운전 등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다. 취임 2년차를 맞이한 노기경 본부장을 만나 지난 1년을 반추하고, 고리본부의 현안을 되짚어봤다.

▲ 고리본부장으로 취임한지 1년이 넘어갑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가장 중점을 둔 분야와 성과를 소개한다면.

저는 1978년 6월 당시 한국전력공사에 직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직원 시절부터 발전소 현장에서 고리1·2호기 운전업무를 비롯해 발전부장, 운영실장, 발전소장으로 39년을 근무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발전소에 근무하면서 ‘안전’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안전한 발전소를 만들어야 국민의 신뢰도 받을 수 있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취임 후 지속적으로 ‘안전한 원전 만들기’를 강조했습니다. 그 결실로 신고리 2호기가 상업운전한 이래 국내 최초로 4주기 연속(1682일) 무고장 안전운전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고리본부의 탁월한 발전소 운영 역량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동안 모든 직원이 노력한 ‘안전한 원전 만들기’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잇따른 지진으로 원전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습니다. 지진 대비책에 대해 설명한다면.

한수원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정부와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해 국내 모든 원전의 안전성 점검과 안전설비보강을 추진했습니다.

먼저 가동 중인 원전의 내진 성능을 규모 6.5(리히터 기준)에서 7.0으로 상향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안방벽 증축과 방수문 설치 등 물리적 방호력을 높였으며, 이동형발전차, 무전원 수소제거설비 등 비상시 발전소를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 있는 설비들을 추가로 구비했습니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발전소 운영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고리본부는 자연재해나 정비, 고장 등 원전 주요 정보의 변동사항이 발생할 경우 주민들에게 원전 운영현황을 문자메시지로 통보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입니다.

▲주민협의체 등 원전 인근 주민과의 관계유지도 중요합니다. 고리본부만의 대주민 정책이 있다면.

고리본부는 다양한 협의체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원전소통위원회, 민간환경감시기구, 원전안전협의회 등 공식적인 회의기구를 통해 원전 운영 전반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 주민들이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 장안읍, 일광면 등 발전소 주변지역 52개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어 마을행사 참여, 일손돕기, 재해복구, 간담회, 선진지 견학 등을 통해 지역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제공을 위해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수요행복음악회’를 개최해 지역 주민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올 초 원전가동률이 6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고리본부도 현재 고리 2호기 1기만 가동 중입니다.

먼저 고리 3·4호기, 신고리 1호기의 계획예방정비 완료가 예정된 일정보다 지연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눈높이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또 연이은 지진으로 인해 원전안전을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원전을 만들기 위해, 더 꼼꼼하고, 세밀하게 점검과 정비, 설비교체를 진행하다보니 완료시기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안정적으로 마무리해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리본부장으로서 최우선 가치로 ‘안전한 고리본부’를 내세웠습니다. 방사선 사고, 화재, 산업재해, 환경오염, 정보유출을 ‘원전 5대 위험’으로 규정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대처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설비와 법적인 규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전설비를 운영하는 사람, 즉 직원들의 안전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이 확고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직원들과의 정기적인 소통간담회를 통해 강조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재난에 대비한 현장조치 행동 메뉴얼 개선과 생활화, 재난 전문인력 양성, 안전체험교육·훈련 강화, 보안·방호시스템 최신화 등을 계속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지진을 비롯한 어떠한 재난이 와도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원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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