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나 개인이나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언제나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국세기본법은 세무조사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고, 세무공무원이 다른 목적 등을 위해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밝히면서, 이를 바탕으로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한 재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2개 이상의 과세기간과 관련해 잘못이 있는 경우’ 등에만 예외적으로 재조사가 허용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복세무조사금지의 원칙을 위반해 세무조사가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과세처분이 내려지면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 인해 과세처분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6두55421 판결에서는 국세청의 업무감사를 통해 이뤄진 재조사 및 그에 따른 과세처분의 효력이 문제되었습니다. 위 사건의 원고는 경매로 취득한 부동산을 양도하면서 리모델링 공사비 등을 필요경비로 신고했는데, 관할 세무서장이 원고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리모델링 공사에 관한 계약서 및 공사내역서, 금융거래내역서, 양수회사 대표자의 확인서 등을 확인한 후 필요경비를 인정하는 것으로 세무조사를 종결했습니다.

이후 국세청이 관할 세무서에 관한 업무감사를 실시한 후 리모델링 공사가 실제 진행되었는지 검토해 원고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다시 부과하도록 시정지시를 했고, 관할 세무서 조사담당 공무원은 현장을 방문해 조사하고 양수회사 대표자 및 직원을 만나 확인서가 위조되었다는 취지의 진술서와 관련 장부를 제출 받아 실제로는 리모델링 공사가 없었다고 판단하여 공사비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다시 양도소득세를 부과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과세 관청이 재조사로 얻은 과세자료를 판단의 근거로 삼지 않았고 그 과세자료를 제외하더라도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이 가능했다는 이유로 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았는데,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금지되는 재조사에 기하여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단순히 당초 과세처분의 오류를 경정하는 경우에 불과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로 위법하고, 이는 과세관청이 그러한 재조사로 얻은 과세자료를 과세처분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거나 이를 배제하고서도 동일한 과세처분이 가능한 경우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원고에 대한 재조사는 국세기본법이 재조사를 허용하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재조사로 얻은 과세자료를 근거로 처분이 이뤄졌는지, 재조사 자료는 제외하더라도 이미 확보한 자료만으로도 같은 과세처분을 내릴 수 있었는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위법하다고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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