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말고, 떠먹자!” 한 술 떠서 씹으며 맛과 향기를 즐기는 이색적인 술이 있다. 배꽃 필 무렵 빚는 술, 이화주다.

이화주는 고려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주로 양반가에서 마시던 귀한 술이었다. 술 빛깔이 희고 된죽 같아 그냥 떠먹기도 하고, 한여름에 갈증이 나면 찬물에 타서 마시기도 했다.

여느 술과 달리 멥쌀을 주재료로 사용해 알코올 도수는 낮지만 유기산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뛰어나 고급 탁주로 분류된다.

술 빚는 방식 또한 독특하다.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주조법은 방문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전해진다. 술 빚는 방문을 적은 최초의 기록은 1450년경 전수의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산가요록’이다. 이외에 ‘규곤시의방’, ‘요록’, ‘주방문’ 등에서도 주조법이 소개되고 있다.

구체적인 주조 방식을 살펴보면, 이화주 빚기의 시작은 전용 누룩인 ‘이화곡’을 빚는 것이다. 이후 배꽃이 필 무렵 누룩을 꺼내 멥쌀로 만든 구멍떡과 섞어준다. 다 빚은 뒤에는 서늘한 곳에 두었다가 5월경 열어보면 달큰한 향취가 올라온다.

이 같은 전통 주조법은 ‘주조 전문가’들이 모인 술샘 양조장에서 구현되고 있다.

구성원 전원이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이 양조장에선 “전통방식 그대로 빚는다”는 신인건 대표의 주조 철학에 따라 좋은 술을 빚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이화주는 지난 2015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며 애주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이화주는 근래 들어 ‘디저트 술’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달콤하고 향긋한 곡물 맛도 일품이지만, 탄산이 적어 마치 부드러운 크림을 먹는 것 같다는 평가다.

특별한 안주도 필요 없다. 식사 후 가볍게 입가심을 하기에 적당하며, 술이 약한 이들이나 여성들이 즐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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