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원으로써 석유비중 4%이내
국내 전력시장 직접적 영향 미미
원화 강세・세계경기 회복세 맞물려 국내 경제에도 ‘제한적’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하지만 상승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4년 말부터 배럴당 30~55달러 정도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국제 유가는 지난해 6월부터 상승세를 타 지금은 70달러 선에 근접하고 있다. 6일 국제 유가는 66.86달러(브렌트유 기준)를 기록했다.

3년여에 걸친 저유가 시대가 막을 내리는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세계 경기 회복・OPEC 감산, 서남아시아 정정 불안이 상승 이끌어

지난해부터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유가 상승세의 바탕이 됐다. IMF(국제통화기금) 등 주요 예측 기관들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후 상승세를 부추긴 것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 연장 조치였다. OPEC은 지난해 11월 30일 총회에서 올해 3월까지였던 감산 기간을 12월 말까지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지정학적 요인 역시 한몫했다. 지난해 9월 쿠르드 분리 독립 투표, 10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 핵 협정 인증 거부, 11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 그리고 12월 시작된 이란 반정부시위 등 일련의 사태가 서남아시아 지역에 긴장을 고조시켰다.

▲ 휘발유값 오르지만 국내 영향 제한적

유가 상승이 가져온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휘발유 가격이다. 1월 다섯째 주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559.6원을 기록하며 28주 연속 상승했다. 1997년 석유 가격 자유화 이후 최장 기간 연속 상승 기록이다.

하지만 최근의 유가 상승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수출 호조에 따른 원화 강세로 국내 석유 가격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 영향을 상쇄시킨다. 유가에 민감한 정유업계도 올해 좋은 실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가 살아남에 따라 석유 수요는 높은데 세계적으로 원유 정제 능력은 부족한 지금 상황은 국내 정유사들에 호재”라며 “정유업계는 재작년부터 누려온 호황이 올해 조금 수그러들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시장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는 과거보다 발전원으로써 비중이 대폭 줄어 현재는 전체 전력 생산의 4% 이내만을 차지한다. 다만 석유 가격이 가스·석탄 등 다른 연료들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셰일오일이 가격 억제 역할…상승세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

주요 예측 기관들은 유가 상승세가 장기간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CERA(영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 EIA(미국 에너지정보청), IMF는 올해 평균 유가가 지금보다 낮은 60달러 이하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셰일오일은 강력한 유가 억제 요인이다. 최근 국제 유가는 셰일오일 업체들의 손익분기 가격을 기준으로 45~60달러 구간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 유전에 비해 생산 단가가 높은 셰일오일 업체들은 저유가 시기에는 생산을 멈췄다가 원유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생산을 재개하는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 EIA는 이번 달 셰일오일 생산량이 하루 11만1000배럴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7500여개의 미완결유정(아직 생산이 이뤄지지 않지만 시추를 끝낸 상태로 30일 내외 단기간에 생산이 가능한 유정)이 생산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유가 상승이 계속될 경우 각국의 실질구매력 약화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점,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OPEC 회원국의 감산 합의 이행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가격 하락 요인이다.

이달석 연구위원은 “유가를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는데 지금처럼 상승 요인들이 한꺼번에 작용하는 상황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난방용 수요가 많은 겨울이 지나고 2~4월에 걸친 세계 정유사들의 유지보수 기간을 거치며 국제 유가가 조정기를 가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OPEC이 합의한 감산 기간 종료가 가까워지는 내년 하반기를 지켜봐야 한다”며 “6월에 있을 OPEC 회의가 분기점이 될 것이고 이후 감산 합의를 깨는 나라가 나올지 여부가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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