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백지화→월성 1호기 조기폐쇄→탈원전 ‘첨예 대립’
우리나라 원전 정책・현안 ‘바로미터’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원전은 ‘도마 위’에 올랐다. 원전안전에 대한 국민적 불신에서 촉발된 ‘탈원전’ 공약은 ‘신규 원전 백지화와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원전을 둘러싼 갈등은 점차 심화되는 모양새다. 고리원전·월성원전·한울원전·새울원전·한빛원전 등 국내 5개 원전은 저마다 해결해야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중 월성원전은 국내에서 벌어지는 원전갈등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성원전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수로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건식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근에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도 위치해 있다. 지난달 확정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중수로인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포함되면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또 원전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인 맥스터 추가 건설도 뜨거운 감자다. 이 문제는 원전의 가동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시급한 사안이다.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이후 ‘원전갈등’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지만, 올 한해도 원전현안에 관해 첨예한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로미터’인 월성원전을 둘러보았다.

◆월성원전, 국내 총 발전량의 6% 차지

부지 내 전망대에서 월성원전을 내려다보면 월성 1~4호기가 울산 방면으로 줄지어 서있고, 신월성 1·2호기는 경주방향으로 나란히 운영되고 있다.

월성 1호기는 679MW 규모로 캐나다에서 개발한 ‘가압 중수로형 원자로’(CANDU)를 채택해 1983년 상업운전에 돌입했다. 각각 700MW 용량인 월성 2~4호기는 1990년대 후반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준공돼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1000MW급 경수로형 원전인 신월성 1·2호기는 각각 2012년과 2015년에 준공해 운영 중이다.

월성본부의 설비용량은 4758MW로, 총 발전량은 317억kwh이다. 이는 2016년 기준 국내 총 발전량의 6%에 해당하며, 국내 원자력 발전량의 20%를 차지하는 규모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전력소비량의 53%를 담당한다.

◆8개월째 멈춰 있는 월성1호기

정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월성 1호기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설계수명 30년인 월성 1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지난 2012년 수명이 다했다. 이후 3년간의 찬반논란 끝에 지난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설계수명을 10년 연장하면서 재가동에 들어갔으며 만료일은 2022년 11월29일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월성1호기수명연장 위한 운영변경허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며, 지난달 16일 2심 재판이 열렸다.

외부의 소란과 달리 월성 1호기 주변은 고요했다. 찬 바닷바람 때문인지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월성 1호기는 지난해 5월28일부터 계획예방정비 중이다. 월성 1호기 내부는 환기를 위해 설치한 팬이 돌아가는 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했기 때문에 예방정비로 가동중지 중인 현 상태를 계속 이어가면서 폐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월성원전 관계자는 “현재 예방정비로 원전이 가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팬 소리만 들리는데, 가동 중일 땐 소리가 요란스러워 옆 사람의 말도 잘 안들린다”며 “지난해 5월 말 시작한 계획예방정비는 8월말 완료했지만, 원안위의 요구사항으로 추가 조치 중”이라고 말했다.

◆난항 중인 맥스터 추가 건립

월성 1호기 뒤편 언덕에는 흰색 원통이 수백 개 늘어서 있고, 그 뒤로는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 7기가 들어서있다. 건식저장시설인 ‘캐니스터’와 ‘맥스터’다.

높이 6.5m, 직경 3m의 흰색 원통모양인 캐니스터 300기가 설치돼 있으며, 1992년 4월부터 사용후핵연료 저장을 시작해 2010년 4월에 포화됐다. 현재 사용후핵연료 16만2000다발을 저장 중이다.

이어 설치한 맥스터는 창고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조밀건식 저장모듈로 불리는 이 구조물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담은 원통형 저장용기를 일정한 가격으로 세워 보관한다. 통풍구 안쪽을 지그재그 형태로 설계해 캐니스터보다 2.7배 더 많이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월성본부는 현재 7기의 맥스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0년 4월부터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저장용량 16만8000다발 중 15만1200다발을 보관하고 있어 저장률이 90%인 상태다.

이에 따라 건식저장시설이 2019년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월성본부는 맥스터 7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사용후핵연료 16만8000다발을 추가로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현재 운영 중인 맥스터 7기 옆에 부지를 마련한 상태다.

하지만 맥스터 추가 건립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원안위 허가가 지체되고 있으며, 인근 주민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원안위는 추가 건설에 따른 안전성 문제를 검토 중이며, 인근 주민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 없이 맥스터 추가 건립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월성본부 관계자는 “원안위가 요구한 4차 질의서의 답변을 준비 중이며, 이와 함께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투명한 정보공개로 불신 확산

경주 지역 인근에서 발생한 잇따른 지진이 월성원전의 안전성 문제에 불을 붙였다. 2016년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지난해 11월 인근 지역인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나면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월성원전을 조기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월성 1호기는 지난해 재판(1심)에서 수명연장 취소 판결이 나왔고, 월성원전의 지진 안전 여유도는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업자인 한수원의 정보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수원은 그동안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내부자료 공개를 꺼려왔다. 지난해 말부터 한수원은 가동 중인 원전의 최종안전성보고서를 한수원 홈페이지(원전정보공개센터)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만,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월성 1호기의 최종안전성보고서는 감감 무소식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26일 고리 2호기와 한울 3·4호기의 최종안전성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은 “지속적으로 월성 1호기의 최종안전성보고서 공개요구를 해왔지만 한수원은 이에 관한 정보공개를 하지 않고 있어, 투명한 정보공개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월성원전 인근에서 잇따라 지진이 발생해 원전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월성원전이 내진성능 보강이 어려운 중수로라는 점과 포화가 임박한 건식저장시설, 주변의 중·저준위 방폐장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월성 1호기뿐만 아니라 월성 2~4호기도 조기 폐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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