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요인 많아 전력시장 갈수록 왜곡

전국적인 한파로 전력수요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국내 원전 24기 중 10기가 계획예방정비 등으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원전과 석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신재생과 가스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전환이 사실상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LNG를 연료로 하는 분산형 전원을 우대하려던 전력시장 제도개선이 지연되거나 왜곡되고, 수요감축요청(신뢰성DR)이 남발되는 등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석탄과 원자력 등의 기저발전 설비 증가와 LNG연료비 하락에 따른 SMP 하락으로 민간 LNG발전사와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의 경영난이 가중됐다.

특히 직도입이나 전력수급계약(PPA) 등의 수익보전 방안이 없는 일반복합발전사와 열병합발전사들은 수년째 누적적자가 발생해 발전소 존폐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에너지전환의 브리지 역할을 하는 LNG복합발전과 분산형 전원으로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가지는 집단에너지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연료비도 보전이 안 되는 정산구조 탓에 발전기가 가동할수록 손실이 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NG발전기 정산비용 현실화(발전기별 실제 효율 기준으로 보상) 등을 조속히 시행키로 한 것.

집단에너지의 경우도 열 제약 발전 시 연료비와 SMP 중 더 높은 가격으로 보상해 변동비를 보전해주는 방안과 CP 정산 방식을 지금보다 친환경·분산형 발전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돼 왔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도 전력시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잔뜩 기대가 컸다.

하지만 90%를 웃돌던 원전 이용률이 지난해 71.3%까지 떨어지더니 올해 들어선 58%까지 하락하고, 유연탄 가격은 지난 1~2년 새 2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한전의 전력구입비도 엄청나게 늘어나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발전시장의 경우 총제조원가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6% 수준이지만, 아직 전기요금 원가연동제를 도입하지 못하다보니 한전도 적자 위기에 놓이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력당국도 당초 약속했던 전력시장제도 개선에 소극적이고, 오히려 열 제약만을 가격결정에 반영해 SMP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업계에선 지난 17년간 유지해 온 시장운영규칙에는 송전, 연료과부족, 예비력, 열제약 등 모든 제약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열 제약만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열 제약을 가격에 반영할 경우 가동률이 높은 겨울철에 SMP가 하락해 LNG발전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또 올겨울 목표수요를 맞추고 SMP를 낮추기 위한 목적에서 수요감축요청(DR)을 8차례(총 24시간)나 발동했다. DR이 발령되면 그만큼 전력수요가 낮아져 비싼 LNG발전소 가동은 줄어들게 된다.

과거 한전의 수요관리 보상수준이 900원/kWh였지만, DR은 시장가격(SMP, 2월 1일 기준 93원)으로만 보상해 전기요금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DR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멈추면 매출이 줄기 때문에 보상금을 받아도 손해여서 공장가동을 멈춰서 조업 지장이 생기는 기회비용도 보상해야 합리적인 전력시장 메커니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전력전문가는 “현행 변동비기반(CBP) 전력시장이 근본적으로 시장효율성 측면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위험관리 측면에서 매우 취약한 형태여서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데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공언한 만큼 이를 적극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전력거래 변동성이 점점 커질 우려가 커서 단기적으로는 한전과 발전사 모두가 전력거래가격의 변동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반영한 계약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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