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기 중 10기 멈춰 서...가동률 58%까지 하락

원전의 계획예방정비가 길어지면서 원전가동률이 크게 하락했다.

1월 31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 원전 24기 중 10기가 계획예방정비 중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90%를 웃돌던 원전가동률이 지난해 71.3%까지 떨어지더니 올해 들어 58%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예방정비 중인 원전은 고리 3·4호기, 신고리 1·3호기, 월성 1·4호기, 신월성 2호기, 한빛 4호기, 한울 2·3호기 등 10기다. 원전의 총 설비용량 2만2529MW 중 42.7%에 해당하는 9629MW의 원전설비가 멈춰 있는 상태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고리 3호기(378일), 고리 4호기(302일), 신고리 1호기(374일) 등은 300일 넘게 정비하고 있으며, 한빛 4호기(259일), 월성1호기(249일) 등은 계획예방정비를 시작한 지 200일이 넘었다.

해당 원전의 계획예방정비 기간은 이전에 비해 크게 장기화되고 있는 추세다. 바로 앞선 예방정비에서 고리 3호기는 68일, 고리 4호기는 43일, 신고리 1호기는 45일, 월성 1호기는 43일이 소요됐고, 한빛 4호기는 131일 동안 예방정비를 진행했다.

계획예방정비가 길어지는 이유는 일부 원전에서 발생한 문제를 확대 점검한 결과 정비 중인 원전에서도 발견되거나 갑작스러운 고장 때문이다. 고리 3·4호기는 방사선 누출방지를 위한 기밀유지 기능을 하는 격납건물 라이너플레이트(CLP)의 부식이 발견됐고, 한빛 4호기는 콘크리트 공극이 확인됐다. 신고리 1호기는 원자로 냉각재펌프 부품이탈과 최근 신월성 2호기에서 적발된 ‘주증기대기방출밸브(MSADV)’의 부품(플러그)에 대한 시험누락 건과 관련해 점검 중이다.

안전점검을 위해 가동중단 중인 원전을 재가동하려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추가 정비항목이 발생하면서 재가동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원안위 관계자는 “현재 계획예방정비 중인 10기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절차대로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 원전에서 규제현안이 발생하는 경우, 전 원전으로 확대 조사 등을 실시해 철저히 점검하고 있으며, 안전성 확보가 확인되면 재가동을 승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기검사기간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구조물 공극이나 CLP 부식 등 검사 중 발견된 문제에 대해 한수원의 확대점검과 시정조치가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계획예방정비 장기화로 원전가동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한국전력(한전)의 전력구입비가 증가된다. 2017년 기준 발전단가는 원전(67.9원), 석탄화력(73.9원), 가스(99.4원), 신재생에너지(186.7원) 순이다. 원전가동률이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높은 발전소의 전기를 구입해야 하므로 한전의 부담이 커진다.

또 일각에서는 낮아진 원전가동률이 사우디 원전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09년 UAE 원전수출 시 UAE는 국내 높은 원전가동률에 후한 점수를 줬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원전가동률은 2004년(88.8%)을 제외한 모든 해에 90%를 넘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야 하지만, 현재 원전 10기가 동시에 정비 중인 것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며 “미국은 원전안전규제 시 비용편익(Cost-Benefit)을 명확히 따져 합리적인 선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국민경제에 끼치는 해악이 크므로 정부가 나서 원인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며 “원전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대대적으로 혁신을 해야 하지만, 현 규제관행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원전가동률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지만 안전성의 한 지표로 볼 수 있고, 원전수입국에서는 가동률이 높은 원전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낮은 원전가동률은 사우디 원전수주전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