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철원, ‘플라즈마’와 만나 나노신소재 특화 단지 ‘탈바꿈’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지난 1월 26일, 서울에서 출발해 철원으로 향했다. ‘설마’하는 생각을 안고 출발했지만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은 계속 떨어졌고 철원에 도착하자 차안의 온도계는 무려 영하 25도를 가리켰다. 서울에서 1시간 30분 남짓을 달려 도착한 철원 플라즈마산업기술연구원. 심리적 거리가 멀었지만 실제 서울에서의 거리는 가까웠고, 내부에 들어서자 차가웠던 외부와 달리 연구 열기로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철원 플라즈마산업기술연구원(원장 황명근, 이하 CPRI)은 2005년 강원도와 철원군이 플라즈마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역점 시책으로 설립한 전문 연구기관이다.

철원군은 플라즈마 기술을 재생산업, 우주공학, 국방산업, LCD산업은 물론 21세기 농축산물 개방에 대비한 고품질 농산물 가공처리 등 다방면에 걸쳐 산업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본격적인 육성에 나섰다. 또 청정산업으로서 철원이 가진 청정이미지와 부합하는 21세기 전략산업으로 플라즈마를 선택했다.

CPRI는 설립 15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59건의 특허 출원, 8개 기업에 12가지 기술 이전 등 지역 특화 연구기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크게 ▲열플라즈마 장비기술 ▲플라즈마 활용 나노소재 기술 ▲고분자 복합소재 기술 ▲LED/OLED ICT 융합기술 등 4가지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며 사업화 및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CPRI의 대표 기술인 RF 열플라즈마 시스템은 국산화에 성공하며 안정적으로 사업화에 접어든 분야다. 산업적 응용도가 높은 나노복합소재의 생산 공정 기술을 전 세계 최초로 개발, 물질특허를 획득하는 등 상징성과 기술력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효자 종목이기도 하다.

이 기술은 세계 유수의 제품과 비교해봤을 때도 경쟁력이 뛰어나다. 플라즈마의 출력은 해외 제품 대비 40% 이상 높으면서도 재활용 장치의 순도와 생산성이 높다. 시스템 가격은 오히려 저렴해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플라즈마를 활용한 나노소재 기술도 CPRI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나노잉크에 들어가는 금속나노분말 원료기술을 개발, 타 연구원 대비 50% 저렴한 가격으로 산업에 적용할 수 있고 나노 센서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활용분야도 다양하다.

최원석 신소재·전략기획본부 책임연구원은 “플라즈마를 이용해 개발한 나노소재 기술은 나노잉크와 금속나노 분말, 나노 흡착제, 코어쉘 등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각종 디스플레이는 물론 광원과 바이오, 환경, 자동차까지 각 사업 영역을 포괄할 수 있어 활용도 측면에서 최고의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며 “CPRI는 해당 기술을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려 기업에 기술 이전함으로써 관련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다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CPRI는 열전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고분자 복합소재와 전장부품 제조에도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복합소재를 활용하면 열전도가 생명인 LED조명 제품에 들어가는 방열용 히트싱크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열과 전자방해잡음(EMI) 방지용 부품을 만들어 자동차 전장부품이나 전기전자 제품에 적용이 가능하다. 또 전기절연 및 방열 대책 부품에도 사용되는 등 활용 범위가 넓다.

CPRI는 최근 구리-포천 간 고속도로가 개통된 데 이어 철원까지 확장되면 서울까지의 거리는 70km, 시간으로 따지면 1시간 10분까지 단축되며 지리적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현재 마련된 동송과 갈말, 김화 농공단지를 묶어 철원 플라즈마 나노신소재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 강원도 농공산업의 메카로 발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황 원장은 “2019년 약 10만평 규모의 플라즈마 산업단지가 완성되면 철원군 일대가 플라즈마를 활용한 나노신소재 특화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며 “이후 연구소 및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신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 철원을 강원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단지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황명근 철원플라즈마산업기술연구원 원장

“지역 특성 맞는 친화형 사업 추진과 향토기업 육성 통해 연구원 본연 역할 충실 미래 먹거리・핵심가치 창출 앞장”

“철원의 가장 큰 매력은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이 보존돼 있어 농업과 축산업 등 1차 산업을 육성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플라즈마 기술을 접목시켜 기존의 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저희 연구원의 역할이죠. 연구원의 설립 목적과 지향하는 비전을 명확히 견지해 지역 산업의 메카이자 성장 동력의 중심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일조할 계획입니다.”

황명근 철원 플라즈마산업기술연구원 원장<사진>은 1998년 당시 한국의 열악한 광융합 기술을 발전시키고자 설립된 한국조명연구원의 창립 멤버로 조명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국내 중소기업체에 국가공인 시험기관으로 인증 서비스를 지원하고, 정보통신부(현 과기부) 주도의 플라즈마 라이팅 시스템을 기획하는 등 국내 조명 업계의 발전을 위해 일조해왔다.

철원군은 광융합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정확히 바라보고 향후 미래 비전을 실행시켜나갈 적임자로 황 원장을 점찍었다.

“지구 온난화라는 세계적 환경 문제와 에너지 효율화 등 국내외 이슈가 결합되며 LED조명은 시대적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해왔습니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스마트 팜에서 원예 식물 성장용으로도 발전하는 추세죠. 결국 플라즈마(광)도 다른 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해 기존 산업이 만들어내지 못했던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조해야 또 다른 발전을 이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원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바로 플라즈마와 기존 산업과의 시너지 부분입니다.”

철원은 농업과 축산업이 특화된 지역으로 농업바이오 기술이 중심이다. 특히 최근 파프리카와 토마토 등 대단지 원예작물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플라즈마 처리 기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저장기간을 늘릴 수 있어 해외 수출시 더욱 싱싱한 작물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축산 부문에서는 가축의 분묘를 플라즈마 처리를 통해 냄새 제거는 물론 재활용까지 가능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원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라는 게 황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역 특성과 연계된 지자체 연구기관의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친화형 사업 추진 및 향토기업 육성으로 연구원이 설립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또 효율적인 조직 운영과 연구원의 역량 강화 등 내부적인 기반을 다져 미래 먹거리와 핵심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쌓아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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