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들의 기관장 공백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관련 산업 전체가 올 스톱 된 모양새다.

연말 연초가 되면 업무보고에 사업실행, 승격인사, 이동까지 정신없이 바삐 움직여야 할 기관들이 정중동의 자세로 꿈쩍도 안하고 있다. 현재 모든 전력 공기업의 기관장이 공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달 조환익 한전사장과 지난주 이관섭 한수원 사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한전을 비롯해 한전 산하 6개 발전 공기업 모두 사장이 공석인 상태다. 동서발전의 경우 김용진 전 사장이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옮기면서 무려 7개월째 사장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나머지 발전사들도 9월 일괄 사퇴한 후 4개월째 공석이다.

‘기관장이 없으니 새로운 일 벌이지 말라’ 는 지시까지 내려오면서 불안한 미래 속에 여유를 즐기는 풍경들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면 실행을 하는 곳이 공공기관이다. 현재 상태를 기준으로 올 1년을 예측해 보면 올 상반기는 빈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당장 기관장 인사가 이뤄져도 업무파악 기간, 인사, 이동까지 최소 2개월 이상 기간이 필요한데, 요지부동이다. 특히 전국을 사업장으로 하는 기관은 연말 연초 인사가 중요한 것이 가족들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근무지가 결정돼야 자녀들 전학도 시키고 할 수 있지만, 현재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업무도 마찮가지다. 이미 사업계획을 수립했는데, 새 기관장이 오면 어떻게 수정될지 모르다 보니, 새로운 사업은 손도 못 대고 있다. 기관들은 시스템이 작동해서 추진되는 일 말고는 새로운 게 전혀 없다고 하소연이다. 인사가 늦어지면서 기관장에 대한 ‘설’ 만 무성한 것도 문제다. 한전의 경우 사장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만 5~6명이 된다.

발전회사도 사장 후보가 2배수까지 압축됐지만, 선임까지는 긴 과정이 남아있다. 사장 선임 과정도 전 정권과 차별화를 위해 내정자 없이 진행했다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유력 인사들이 속속 자리에 앉았다. 사실상 내정해놓고 인사를 진행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일각에선 차라리 내정을 해놓고 절차를 밟아 기관장을 하루빨리 선임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단 말이 나온다.

인사 공백은 단순히 사람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에서 추진하는 주요 사업이 어떻게 실행되고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때문에 현재 상황을 정확히 말하면 국가는 아무일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일부 기관의 기관장 인사공백이 한 해를 넘길 수도 있게 됐다. 미국은 지난주 예산안 처리문제로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 기능정지)되면서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현재 전력분야 공기업은 기관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셧다운 위기에 놓여 있다. 조직은 꿈쩍도 안하고, 연초에 세운 사업계획은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가 활력을 얻기 위해선 하루빨리 기관장 인선이 마무리되고, 계획된 사업들이 진행돼야 한다. 기관장 선임과정도 투명하지 못하고, 진행도 안되는 현재의 상황을 보고 있으면, 새로운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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