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닌 업체가 구심점 돼 표준 제정해야”
‘스마트조명·휴먼센트릭 조명’ 시대 준비 필요

최근 국내 조명 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기보다 부정적인 현재에 좌절하는 모양새다. 불법·불량 제품의 득세,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가격 경쟁, 업계에 만연한 불신 등 상황은 점차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예로부터 사회에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현자(賢者)에게 찾아가 해결 방안을 찾곤 했다. 조명 산업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줄 수 있는 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연재될 ‘조명 산업의 길을 묻다’는 조명 전공 교수들에게 질문을 던져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실마리를 담을 계획이다.

(1)장우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LED조명은 불과 10여년 만에 기존 광원을 대체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급 초기에 표준과 체계, 네트워크 등의 부족으로 부실한 관리가 지속되며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선도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잃어버리게 됐죠.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정부 중심이 아닌 업체들이 구심점이 돼 표준을 제정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이 시장에서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을 가장 먼저 진행해야 합니다.”

장우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사진>는 산업부에서 진행한 공업기반기술개발 국책 과제를 맡아 요소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서울시 LED모듈 표준화 작업에 참여하는 등 조명의 표준화에 이바지해 온 인물이다. 산업발전과 기술개발이 이뤄지기 위해선 표준이 명확히 바로서야 한다는 신념이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광원이 변화되는 시기에 표준화를 진행하는 작업은 매우 까다로우면서도 중요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국내는 LED가 본격화될 시기에 직접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전달할 업체보다 정부와 연구단체 중심의 표준화가 이뤄졌죠.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이는 실패했습니다. 표준화가 기술 개발 속도보다 뒤처져 업체들의 개발 의지를 꺾어놨고, 결국 제품을 따지기보다 입찰 위주의 구매 풍토가 만들어졌습니다.”

장 교수는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에서라도 표준회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당장의 수익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물인터넷(IoT)과 연계된 스마트조명 시대와 생체학적 영향을 좌우하는 휴먼센트릭 라이팅(Human-Centric lighting)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조명의 경우 LED조명이 나아갈 수 있는 기술적인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시티의 허브이자 모든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로 가장 적합한 제품이 바로 조명이죠. 조명 업계에서는 통신업체와의 종속 관계를 걱정하지만,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예로 볼 때 각자의 역할은 분명히 나눠져 있습니다. 조명 업계는 향후 통신과의 연계를 고려한 제품 개발을, 정부는 스마트조명의 활용도를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부처별로 연결된 업무를 통합해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어 “또 생체학적으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휴먼센트릭 조명 시대를 대비해야 합니다. 이미 지나친 조명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고, 선진국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과도한 빛이 공공의료 비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 중에 있죠. 국내 조명 업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읽고 미리 대비하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명은 공공부문에 일정 역할을 하는 만큼 업체가 지식기반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업계도 눈앞의 수익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사명을 갖고 산업을 이끌어가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프로필

▲1956년생

▲서울대 전기공학과 학사, 석사, 박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기정보공학과 교수

▲IEC-TC34 한국위원장

▲국가기술표준원 전기응용심의회 위원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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