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스템도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
신재생 확대엔 마이크로그리드 기반, 분산·자율형 전력망 필수

“블록체인이 최근 핫이슈인데 미래엔 전력거래시스템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구축할 수 있습니다. 분산전원이 증가하면 서로 데이터를 주고 받고, 전기를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블록체인 플랫폼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독립형 전력계통 시스템을 의미하는 ‘마이크로그리드’를 연구하는 원동준 인하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블록체인에 주목하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 때문에 블록체인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전력거래 플랫폼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은 전력공기업들이 전력시스템을 중앙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재생에너지와 같은 분산전원이 증가하면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각각의 분산전원을 서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한데 블록체인이 그 대안 중 하나라는 것이다. 또한 올해부터는 한국전력이 대학의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거점 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해 블록체인 기반 전력거래 플랫폼을 연구할 예정이다.

원 교수는 “블록체인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늘린다고 밝힌 만큼 전력계통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은 재생에너지 보급에만 집중하고 있고, 불안정해지는 전력계통을 어떻게 안정화시킬 건지는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전력공급 시스템이 마이크로그리드와 같은 분산전원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형 발전소를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건설하고 전기를 송전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엔 전기를 쓰는 지역에서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 전국에 구축한 마이크로그리드를 서로 연결해 전기를 거래할 수 있게 되면 전력 계통도 한층 안정화된다.

원 교수는 이미 10년 전부터 마이크로그리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왔고, 국내에선 몇 안되는 마이크로그리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18일에는 한국공학한림원이 2025년 대한민국 성장엔진이 될 미래 100대 기술과 차세대 주역으로 마이크로그리드 기술과 원동준 교수를 선정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지난해 2월부터 10개월 동안 120여명의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해 2025년 유망할 100대 기술 및 차세대 주역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5년마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상용화가 가능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할 기술 100개와 핵심 역할을 맡을 연구자를 선정한다. 원동준 교수가 선정된 것도 2025년에는 마이크로그리드가 유망할 것으로 평가받은 덕분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소규모 분산전원과 부하의 집합체로 독립운전이 가능한 전력망을 의미한다. 신재생에너지와 분산전원의 확대 보급에 따른 전력망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마이크로그리드와 같은 분산·자율형 전력망이 필수적이고, 에너지자립섬, 캠퍼스, 군부대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전기차 기술 등을 융합한 스마트시티 레벨의 대규모 계통연계형 마이크로그리드로 진화하고 있다.

네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규모는 100억 달러에서 2025년 40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마이크로그리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국내 기업들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원 교수는 강조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그리드의 경계가 모호해졌어요. 그만큼 마이크로그리드는 어떤 시스템과도 연동이 가능하고, 미래 전력시스템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기반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VPP(가상발전소),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제로에너지타운, 스마트공장, 구역전기사업 등도 마이크로그리드를 기반으로 하죠.”

그는 또 “신재생에너지, ESS, EMS, 전기차 기술 등이 융합된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은 새로운 에너지 시장 창출과, 온실가스 저감을 통한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며 “미래 전력망은 여러 개의 마이크로그리드를 다중으로 연결하는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자율형 구조로 새롭게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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