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비용 추산 방식으로 균등화발전비용 부각
산조학회·에경연, 2030년에는 태양광이 원전보다 저렴

에너지 정책 결정 과정에 균등화발전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균등화발전비용은 다양한 에너지원들의 발전비용을 실질적으로 따져 비교하기 위한 개념이다. 건설비, 연료비, 운영비만을 계산하는 기존 추산 방식에 더해 환경과 사회, 기술적 측면까지 고려한다. 지금까지 발전비용 추산이 환경오염, 사회적 갈등, 원전 안전성,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의한 외부비용과 기술진보에 따른 가격 변화를 체계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균등화발전비용은 최근 에너지 전환 정책의 주요 근거로 제시된다. 기존의 발전비용 추산 방식에서는 원자력·화력이 신재생에너지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여겨졌지만 외부비용과 기술진보를 수치로 환산하면 경제성 격차가 가까운 미래에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사를 통해 향후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며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의 균등화발전비용 계산을 근거로 들었다. 또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전력수급계획에 발전원별 균등화발전비용을 반영토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과소평가되는 원전 비용을 재평가하고 앞으로 저렴해질 태양광 발전 비용을 고려해 에너지믹스를 구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산업조직학회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열린 ‘균등화발전비용 공개 토론회’에서 균등화발전비용을 적용하면 2030년경에는 태양광이 원자력을 뛰어넘는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산업조직학회는 2017년 1kWh당 109~137원 정도인 태양광 발전비용이 2030년 69~90원 정도까지 하락하고, 68~77원 정도인 원자력 발전비용이 70~79원 정도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이 맞다면 30MW 이상 대규모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은 2020년 말까지 원자력을 역전, 30MW 이하 중·소규모 태양광은 2030년경 원자력에 근접하게 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7년 1kWh당 119~132원 정도인 태양광 발전비용이 2030년에는 67~85원 정도까지 하락하고, 55~66원 정도인 원자력 발전비용이 68~75원 정도로 상승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르면 3MW 이상 대규모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은 2020년 말~2030년에 원자력을 역전, 3MW 이하 중·소규모 태양광은 2030년경 원자력에 근접하게 된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두 기관이 태양광 시설의 규모 분류와 계통보강비용, 건설비 등에 다른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에 차이가 생기긴 했지만 큰 틀에서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며 “앞으로 경제성이 높아질 대규모 태양광 단지 건설을 추진하는 동시에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수명이 긴 원전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연구 결과를 해석했다.

반면 한계도 지적됐다. 조 교수는 “국내에는 처음 시도되는 개념인 데다 부족한 데이터로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연구한 결과이기 때문에 아직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 주체인 산조학회와 에너지경제연구원 측도 이에 동의하며 이번 연구는 구체적인 수치보다 대략적인 추세를 파악하는 데 의의가 있고 후속 연구를 통해 신뢰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영탁 교수는 “국내 최초로 정부가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에 의뢰한 균등화발전비용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아직 부족한 연구지만 이를 출발점 삼아 균등화발전비용 관련 공식 기구를 만들고 제도화해 2년 후에는 전력수급계획에 반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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