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연구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고려해야”
미래 위해 환경친화적 제품・기술 개발 집중 투자
‘HYPRON’ ‘EDR-Max’ 대표적…고무 컴파운드 개발 주력

세계 최대 전선업체 중 하나인 넥상스는 전 세계에 3개의 중앙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본사가 위치한 프랑스에 2곳이 몰려 있으며, 남은 한 곳은 우리나라의 충북 진천에 위치한다. 바로 유럽 밖에 있는 최초의 넥상스 그룹연구소 ‘NRC(Nexans Research Center)진천’이다. 이곳에서는 고무를 주재료로 하는 절연물, 피복재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 중국 등지에 퍼져 있는 여러 넥상스 그룹사에 대한 기술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NRC진천을 책임지고 있는 차기호 부사장을 만나 전선 연구개발에 대한 철학과 앞으로의 방향 등을 들었다.

“전선 연구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NRC진천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요. 연구소와 사회적 책임에 무슨 연관이 있냐고 의아해할 수 있지만,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성과 등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우리는 환경적 성과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차기호 넥상스 코리아 부사장은 “경제적 성과는 이익을 창출해 투자자, 종업원을 만족시키는 것이며, 사회적 성과는 법을 준수하고 윤리적 경영을 하며 이해관계자와 상생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NRC진천이 집중하고 있는 환경적 성과는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환경친화적 제품,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전선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사실 전선은 만들 때와 사용할 때 환경에 가장 큰 악영향을 줘요. 전기동과 각종 화합물을 사용해 제조하는 데, 천연자원을 채굴하고 가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도 하지요. 전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전류가 흐르며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지구온난화와 오존층 파괴, 부영양화 등 다양하죠. 따라서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가장 자원을 적게 소비하고, 재활용도 가능한 제품을 개발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실제로 넥상스는 친환경 전선 개발을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고, 그 결과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납을 사용하지 않은 ‘HYPRON’, 자원 활용을 최소화한 ‘EDR-Max’ 등이 대표적이다.

HYPRON은 오일·가스 플랜트에서 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석유화학 물질의 침투와 이로 인한 손상을 막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는 납 시스 케이블을 대체해준다.

EDR-Max는 원형 구조로 이뤄진 일반적인 3코어 케이블과 달리 내부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하고, 자켓을 없앤 제품이다. 전선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소비가 최소화됐으며, 로스율이 줄고 설치도 용이한 혁신적인 케이블이다.

“최근 국내 전선 산업은 극심한 공급과잉과 불황 등으로 매출, 수익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남는 게 없다, 시장이 사라진다는 등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이제는 차원을 달리한 시각이 필요해요. 후손이 쓸 자원을 끌어다 이익을 남기지 말자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차 부사장은 최근 그린피스의 친환경 실태 보고서를 인용, 우리나라의 낮은 환경의식을 지적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에너지 절약, 천연자원 소비, 독성화학물질 사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보고서에서 최하수준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넥상스는 설계 단계부터 환경영향을 최소화한 제품,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분야를 선도해나갈 계획입니다.”

차 부사장은 한편 NRC진천이 앞으로 집중할 연구개발 분야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NRC진천은 고무 컴파운드와 관련된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풍력, 조선해양, 철도차량 등에서 사용하는 고무전선의 배합 방법과 난연 컴파운드 등을 연구하고 보다 나은 기술을 개발해나갈 계획입니다. 이 같은 코어 비즈니스 분야 연구에 가용자원의 70% 정도를 배분하고, 인접산업에 대해서도 20%가량 집중할 예정이에요. 나머지 10%의 여력으로 파괴적인 기술, 혁신 분야 연구에 도전할 겁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대체하는 전선이나 사물인터넷(IoT) 결합 케이블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다룰 거예요. 도체, 재료, 안전, 환경 등 보다 혁신적인 케이블을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매진하겠습니다.”

차기호 부사장은…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효성 중공업에서 변전소 해외 수출, ABB에서 스위치기어 영업, 생산 등 국내외 대기업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2002년 넥상스 코리아에 입사, 케이블 관련 영업과 마케팅, 전략, 연구 등 수많은 영역을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현재는 넥상스 글로벌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는 연구소 NRC진천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