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 안전한 사회’가 에너지정책 목표

지난 2017년은 에너지산업의 대변혁기였다.

이전 정부에서도 신재생 확대 등 전원믹스의 변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원자력과 석탄은 전력산업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맑은 공기와 안전한 사회’를 에너지정책 모토로 에너지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놓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문 대통령이 고리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는 대신, 원자력과 석탄발전은 점차 폐지해 나간다는 에너지전환을 선포하면서 에너지정책도 대수술에 들어갔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재생에너지 3020계획이 그 첫 작품이다. 올해는 수립된 계획들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이인호 차관으로부터 올해 정부 정책 방향과 계획에 관해 들어봤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목표는 ‘맑은 공기 안전한 사회’입니다. 이를 위해선 원전과 석탄화력 비중을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와 가스 비중을 높이는 게 중요하지만, 수급안정, 가격안정,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측면에서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해 주신다면.

“정부는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난해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등을 연달아 수립해 에너지전환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면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게 핵심이죠. 정부는 이러한 계획들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는 한편, 올해 중에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해 2040년까지의 에너지전환 비전과 정책방향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에너지전환의 롤 모델로 손꼽히는 독일의 경우 10여년에 걸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2배 정도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도 전기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전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요금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데요.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어떤지.

“장기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신재생 발전단가 하락 등을 감안하면, 에너지전환시 전원믹스 변화에 따른 2030년 요금 인상요인은 10.9% 수준입니다. 이는 예측이 어려워 연료비와 물가요인은 제외한 수치이죠. 국내외 전문가들은 신재생 발전단가가 2030년까지 3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호주 등 신재생을 확대한 국가들에서 요금이 상승했지만 이는 정책과 경제여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는 기저전원을 중심으로 설비예비율이 높고, 국제에너지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또 장기적으로도 요금은 오르겠지만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사용을 통해 미래세대는 미세먼지 감축 등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세먼지 저감, 원전 등 에너지 갈등의 근본적인 해법은 에너지 가격에 사회적 비용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이를 친환경, 안전, 에너지 안보 분야에 효과적으로 분배하는 에너지 세제 개편이 중요합니다. 향후 에너지 세제 개편의 방향과 일정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방향에 맞춰 친환경 연료를 우대하기 위한 세제 개편이 필요합니다. 유연탄 과세는 보다 강화하고, 친환경 연료인 LNG세율은 인하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필요하죠. 우선 올해 4월부터 유연탄 개별소비세를 6원/kg 인상할 예정이며, 올해 중에 기재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발전연료 관련 세제개편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에 대한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죠.”

▶현재 수립 중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해 설비용량이 아닌 원별 발전량 목표를 정한 뒤 이를 이행할 법·제도적 근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현행 경제급전 위주의 전력시장제도를 환경급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향후 전력시장제도 개선의 방향과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지난 3월 개정된 전기사업법은 전력시장 운영과정에서 경제성과 함께 환경 및 국민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토록 했습니다. 이에 맞게 정부는 전력시장제도도 개선할 겁니다. 먼저 가격측면에서 이미 결정된 유연탄 개소세 인상 외에 발전연료간 세금을 추가로 조정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환경처리 비용 등 환경비용을 전력시장가격 결정에 반영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환경에 대한 고려를 강화할 것입니다. 또 올해부터는 30년 이상된 노후석탄의 봄철 가동 중지를 정례화하고, 미세먼지가 심한 시기에는 석탄발전량을 직접적으로 감축하는 방안도 병행할 계획이죠.”

▶원전의 단계적 감축 정책으로 인해 국내 원자력 산업의 침체와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을 제시해 주신다면.

“원전 감축은 앞으로 60여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산업과 일자리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에 원전 안전, 사용후 핵연료, 원전 해체 등 원자력과 관련한 새로운 분야의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해당 분야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부는 원전의 단계적 감축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지역과 산업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보완 대책을 강구하고, 원전산업 중소·중견 기업 지원, 원전해체산업 육성과 관련해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세부 시행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RE3020(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 달성 이행전략) 등 제도개선안을 수립했는데요. 아직도 행정규제와 주민민원, 전력공급망 불안 등 해결해야 할 요소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주신다면.

“우선 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민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다양한 주민참여모델을 발굴해 확산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지분투자형 주민참여모델 외에 채권투자형, 펀드투자형 등 신규모델에도 인센티브를 적용할 계획이죠. 또 계획입지제도를 도입해 난개발을 방지하고, 마을 공모방식을 활용해 지자체·주민과 개발에 따른 이익을 공유토록 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농업진흥구역 내 염해피해 간척지 활용, 개발제한구역 내 태양광 입지제한 완화, 수상태양광 송변전설비의 국유림 사용 허용 등 입지규제를 개선할 계획이죠. 국유재산 임대요율 개선, 농지보전부담금 감면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익성도 확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신성장동력 창출과 온실가스 감축의 수단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에너지신산업과 에너지효율 향상입니다. 에너지신산업과 미래 에너지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 주신다면.

“우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기회로 삼아 태양광, 풍력 분야의 글로벌 선도기업을 육성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태양광은 단가저감형, 풍력은 기술추격형 기술개발, 중장기적으로는 차세대 태양전지, 부유식 해상풍력 등 차세대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영농형 태양광 시범사업과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구축해 초기 시장 진출을 지원할 것입니다. 또 분산전원과 AICBM(AI, IoT, Cloud computing, Big data, Mobile)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 공급, 수요 전반에 걸쳐 신산업을 육성하겠습니다. 차세대 전력시스템, 스마트미터 등 첨단 에너지 인프라 확충과 소규모 전력중개사업 등 제도개선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나갈 것이죠. 또한 분산 전원과 지능형 전력망이 구축되고, 다양한 수요관리 서비스가 도입되는 스마트시티 조성을 에너지신산업 실증기회로 활용하고, 성공모델로 확산해 나갈 것입니다.”

▶전기차 등 에너지신산업과 에너지 효율 향상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전기요금 개편도 필요합니다. 향후 합리적인 전기요금 개편의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우선 올해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온 경부하 요금을 중심으로 산업용 요금을 차등 조정할 계획입니다. 경부하 요금은 피크시간대에 집중되는 전력소비를 분산시킴으로써 전력수요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최근 산업용 전기소비의 50% 이상이 경부하 시간에 집중되면서 비효율적인 에너지소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습니다. 또 낮은 요금 수준으로 1차 에너지(석유, 가스, 석탄 등)에서 2차 전기에너지로의 전환소비가 심화되는 문제도 해소할 필요가 있죠. 아울러 기업들이 자가발전설비, 에너지효율향상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나갈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AMI(스마트계량기)의 보급여건 등에 맞춰,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를 확대해 수요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향후 전기요금 개편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중소기업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기·에너지업계 및 전기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지난 50여년간 에너지 분야 최고 전문지로서 국내 에너지산업의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해주신 전기신문에 감사드립니다. 올해도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정책들을 착실하게 이행하면서 에너지전환을 보다 가속화할 계획입니다. 에너지업계도 미래세대까지 고려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과 에너지 분야 신산업 육성, 양질의 고용창출을 위한 투자 확대에 힘써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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