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스마트그리드PD
박지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스마트그리드PD

2009년은 스마트그리드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한 해로 기억 된다. 그해 12월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 단지 구축 사업을 시작함으로써 스마트그리드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해이기도 하다. 지능형 전력망으로 통용되는 스마트그리드의 의미와 범위에 대해서는 국가가 처한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해석되곤 한다. 그 중 하나가 전력망을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로부터 발생된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전력회사에서 생각하는 협의의 전력망과 소비자 관점에서 보는 전력망은 같을 수가 없으며, 그 차이만큼이나 관심 분야도 다르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는 플레이스(소비자), 파워그리드, 재생에너지, 운송, 서비스의 5개 분야로 구분해 전력망 개방화 및 고도화를 슬로건으로 구축했지만 당시 국내 환경에서는 전력회사 관점에서 생각하는 공급중심 전력망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전력회사 중심의 전력 공급체계에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권한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공급자와 수요자 간 양방향 실시간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계량인프라(AMI)의 중요성이 많이 부각됐고, 이러한 까닭에 AMI가 곧 스마트그리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진화하는 스마트그리드

스마트그리드는 흔히 구체적인 실체가 없다고들 한다. 거대한 시스템 복합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스마트그리드를 구성하고 있는 장비 또는 서브시스템으로 스마트그리드의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드를 구성하고 있는 HW/SW 기술의 발전은 ‘국가 에너지 전환 정책’과 맞물려서 스마트그리드 진화를 촉진 시킨다. 소비자 참여를 위한 도구로 인식했던 AMI에서 전력 소비관련 소비자 계량 데이터 관리·활용으로 진화했고, 2014년 11월에 개설된 수요자원 거래시장은 초기 공장 등 대형 수요자원 확보에 성공함으로써 중·소형 수요자원 거래로 확대하고 있다.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춘다는 측면에서 전력소비를 줄이는 것이 발전을 더하는 것과 동등하다는 네가와트(Negawatt) 개념이나, 소비자 가까이에 위치한 분산 발전소나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의 출현은 이제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이제까지 100년 이상 우리에게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잘 사용한 기존의 전력망 시스템도 이러한 변화된 환경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 따라서 분산 발전소의 증가, 재생 전원의 변동성 등을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그리드의 진화는 계속 될 수밖에 없으며, 전력회사 소유의 송․배전망뿐만 아니라 공동 주택 등 소비자 소유의 옥내 배전망까지 주요 관심의 대상에 포함된다.

스마트그리드 도전과 미래

스마트그리드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로서 가끔 이런 질문을 가끔 받는다. ‘스마트그리드의 미래는 무엇인가?’ 그에 대한 대답으로 에너지 인터넷을 지향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여기서 에너지 인터넷이란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IOE(Internet of Energy)를 의미한다.

에너지 인터넷이란 전력분야 제조업 기반이 없는 미국의 IT 업체들이 오래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개념이다. 필자는 에너지 인터넷이란 용어를 2010년 미국에서 열린 스마트그리드 세미나에서 처음 접했다. 에너지를 매개로 제2의 인터넷 혁명인 에너지 인터넷을 이룩해 에너지 분야의 SW중심 서비스 산업으로 세계를 리드하자는 취지였다.

에너지 인터넷으로의 진화는 기존의 정보 인터넷의 활용, AICBM기술과 융합을 통한 기술 혁신, 그리고 제도개선 등을 동시에 진행해야 달성할 수 있는 과업이다. 스마트그리드 발전 방향과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은 정보 인터넷의 발전과정을 통해 도출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