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폭, 꿀잼, 관종, 취존, 최애, 고나리자, 사바사, 세젤예, 사축, 커엽, 갓띵작, ㅇㅈ, ㅇㄱㄹㅇ...

요즘 것들이 자주 쓰는 단어들이다. 당신은 과연 몇 단어나 알고 있는가? 대부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탁월한 소통전문가일 확률이 높다. 신조어들이 외계어처럼 낯설게 느껴진다면 스스로 굳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것들이 쓰는 신조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과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서다. 요즘 것들이 쓰는 언어는 그들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들의 언어는 참신하면서도 재미있게 때로는 발칙하게 시대 상황을 잘 담아낸다. 열등감 폭발을 의미하는 ‘열폭’은 비교 과잉, 분노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다. 정말 재미있다는 의미를 가진 ‘꿀잼’은 삶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종’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관심 종자’의 줄임말이다. 소외된 삶 속에서 관심받기를 바라는 요즘 것들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유명 대학 교수가 기업체 강연 도중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저는 매주 만나는 대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빠지지 않고 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모 개그 프로를 빼놓지 않고 보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새로운 표현을 연습해 두었다가 수업 때 사용합니다. 생각보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교수님이 평소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요즘 세대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신조어를 퀴즈로 푸는 코너를 시청한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개그맨 유재석은 게스트로 출연한 아이돌 그룹 멤버 못지않게 제법 많은 문제를 맞혔다. 그의 탁월한 소통의 비결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마음먹고 요즘 것들의 언어를 한 번 배워보면 어떨까?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다. 누구나 학창시절 영어 단어장을 만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일단 수첩이나 노트를 꺼내 요즘 것들이 자주 쓰는 단어를 적어보자. 다양한 신조어들을 찾고 정리하다 보면 나름의 재미도 있다. 요즘 것들을 만나면 그렇게 학습한 신조어를 자연스럽게 활용해보자. 작정하고 신조어 단어장을 정리하고 나면 요즘 것들이 주로 쓰는 단어가 그다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00여 개 남짓 정리할 때쯤 되면 유창한 신조어 말하기를 구사하기는 어려워도 상당한 수준의 듣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필자는 급식을 먹는 초중고교생들이 쓰는 은어를 일컫는 일명 '급식체'에 익숙한 Z세대 딸내미와 신조어 퀴즈를 하더라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혹자는 신조어의 무분별한 남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언어생활에 유용한 단어는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단어는 도태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태여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쓰게 하고, 효과를 '효꽈'가 아니라 '효과'라고 읽으라고 해도 그렇게 되지 않듯이 말이다. 오히려 일상에서 자주 쓰는 구어체의 단어를 장려하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어려운 번체자 대신 간체자를 쓰고 있는 중국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정작 일본이나 중국의 요즘 것들은 우리가 쓰는 한자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싱가포르는 물론 최근 대만에서는 간체자 배우기 열풍이다. 반면 우리는 어렵고 쓸모가 현저히 줄어든 번체자를 배우느라 언어 습득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역설적이 되게도 한자깨나 한다는 사람도 간체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웃픈 현실이다.

옥떨메(옥상에서 떨어진 메주),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 CC(캠퍼스 연인) 등 기성세대도 약어나 신조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처럼 다양하고 파괴적(?)이지는 않았다. 기성세대는 편지, 전화, 대면 소통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것들은 이메일, 문자, 온라인게임, SNS 같은 컴퓨터와 IT 기기의 영향으로 소통 수단과 방식이 다양해졌다. 이로 인해 요즘 것들은 더욱 빠른 피드백을 원하는 소통의 특징을 갖게 되었다. 사용하는 단어의 간소화, 효율화가 기성세대보다 더 심해졌다.

이제 과거의 소통방식이나 고정관념에서 과감히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요즘 것들과 살가운 소통을 원한다면 의도적으로 그들이 만들어내는 신조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조금만 노력해도 금세 그들의 언어로 더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다. 또 예전보다 더 잦은 대화로 삶을 나눌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요즘 것들은 빠른 피드백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변화 속도 만큼이나 기성세대의 소통도 변화해야 한다. 소통의 장벽은 기성세대의 무관심, 편견의 높이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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