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시장의 변화 흐름은 전력·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국가 산업발전의 기틀이자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최일선에 있는 변전 분야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작은 사고가 광역 정전 등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변전 분야의 특성을 감안, 사고의 여지가 되는 미묘한 신호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센서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변전설비에 적극 도입해 변전소 종합 예방진단 체계를 확립한다는 복안이다.

◆변전소 운영체계 지능화를 위한 변전소자동화 Master Plan

디지털변전소는 전력망 지능화를 위해 변전소 설비의 기능과 통신 방식을 IEC 61850 국제표준 기반으로 디지털화한 변전소다. 이는 인력에 의존해 온 변전소 관리를 디지털, 온라인 기반으로 전환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변전소 운영 및 안정적 전력공급을 유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변전소는 구리선으로 설비와 통신장치를 연결하는 정보전달 방식을 광케이블로 대체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1대 1로 설비와 장치를 연결하는 방식도 1대 다수를 잇는 체계로 달라진다. 설비간 자유로운 정보공유 및 무제한 정보량 축적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와 관련 한전은 기존 변전소를 디지털화 화는 ‘변전소자동화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장기적인 사업계획 추진에 나선 상황이다.

한전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준 국내 디지털변전소는 총 30곳으로 전체 836개 변전소 대비 3.6% 수준이다. 이에 한전은 전체 154kV 변전소(681곳)를 대상으로 순차적 디지털화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은 경제성·안정성·운영편의성을 고려한 디지털화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된다. 한전은 올해 말 시범사업을 거쳐 2019년 1월부터 확대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변전소 디지털화는 노후 개폐장치, 자동화시스템 등을 교체할 경우 우선순위에 따라 시행되며, 부분적인 설비대체 시에도 순차적으로 디지털화가 적용된다.

154kV 변전소의 디지털화는 오는 2034년쯤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한전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간 109개 기존변전소를 대상으로 디지털화 작업을 실시키로 했다. 사업에는 약 109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경제성·안정성·운영 편의성 고려한 디지털 변전소 건설

한전의 변전소자동화 마스터플랜은 ▲표준화 ▲디지털화 ▲지능화 ▲신뢰도 ▲인력양성 ▲조직역량강화 등 핵심전략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표준화 부문에서는 디지털변전소 구축 시 경제성과 안정성을 고려한 자동화시스템 표준을 마련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한전은 154kV 변전소에는 SA혼용 현장정보처리반과 HMI(PC)를, 345kV 변전소는 현장정보처리반과 HMI(PC)에 대형 스크린 패널을 포함하는 표준화 모델을 각각 구성, 올 한해 동안 345kV 변전소 2곳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에는 14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운영 편의성을 고려한 디지털화 계획도 눈에 띈다. 한전은 기존 154kV 변전소를 디지털화 하는 과정에서의 혼용 운전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비 개조 등 단계적 디지털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올해 말까지 154kV 변전소 3곳에서 진행되며, 19억6300만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무인점검, 고장예지 등 디지털변전소 인프라 구현을 위한 지능화 부문에서의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한전은 ICT 기술을 활용한 압력계와 유온도 감시 등 디지털화와 AI로봇 점검 기술 개발에 나선다. 차단기 동작횟수, OLTC 동작횟수 등 자산관리 요소 산출 기술도 연구한다.

자가진단 고장예지 정보 SCADA 제공, 예방진단과의 시스템 단일화 기술 등의 개발에도 착수키로 했다, 이를 통해 자산관리·인력점검 부문의 디지털화·고장예지 융복합 기술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변전소 자율운전을 위한 자동복구 기술 및 SA 고도화 작업도 시작한다. 여기에는 고장판별용 센서, 전류·전압요소 활용 고장구간 자동판단·복구 기술, 풀(Full) 디지털화를 위한 프로세스 버스(Process Bus) 및 IEC 61850 신기술, 스마트그리드 기술 개발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전은 설비 개발 후 고창 변전설비 실증시험장에 풀 디지털 실증변전소를 구축,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전은 상시 테스트베드 구축·운영 등 SA 시스템 검증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시스템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규격·절차를 강화하고, 시스템간 상호운용성 검증 체계 및 장애관리 전문화를 통해 디지털 변전소의 신뢰도를 높여 나간다는 복안이다.

◆디지털 유틸리티 전환을 위한 인력양성 및 전담조직 신설

전력과 ICT기술 융합형 인재 양성 방안도 추진한다.

한전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회 확대 및 전문가 관리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재개발원 교육횟수 증대, e-러닝 콘텐츠 개발, 제작사 위탁교육 확대 등 교육 기회를 넓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디지털변전소 증가에 대비해 전문가 지정제를 확대하고, 체계적인 인력관리를 위한 시스템도 구축키로 했다. 로봇과 자동복구 시스템 등 변전 신기술 분야 전문인력 양성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변전소 디지털화를 적기에 추진하기 위한 전사적 인력보강 및 전담조직 신설안도 내놨다. 한전은 디지털화 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 전담인력을 보강하고 디지털변전소 전문사업소 운영, 상시 테스트베드 운영조직 신설 등 내부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변전설비 예방진단 체계 확립 위한 중장기 운영전략 수립

한전은 순간의 방심이 광역 정전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변전사고의 특성을 감안해 변전설비 예방진단 체계 확립을 위한 중장기 운영전략 수립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와 관련 한전은 지난 2015년 변전설비 예방진단 중장기 운영전략을 수립, 변전소 종합 예방진단시스템 구축 및 관련기술 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변전소 종합 예방진단시스템은 변전설비의 포괄적 예방진단을 위해 변압기와 GIS에 부분방전 차단기 동작특성, 부싱 진단 등을 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 여기서 얻은 정보를 종합·분석해 설비의 이상 유무를 진단하고 선제적으로 고장을 예방하는 체계다.

한전은 2016년 11월 154kV 금천 S/S #1 M.Tr에 이를 시범적용한 후 지난해 4월 사업을 마무리했다. 이어 올해를 변전소 종합예방진단시스템 본격 구축의 원년으로 삼고, 시스템 확대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우선 한전은 올해 400억원을 들여 국가산단, 수도권 부하밀집지역 등 중요부하 공급지역의 60여개 변전소에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내년과 2020년엔 각각 480억원과 350억원을 투입해 총 100개 변전소에 시스템을 추가 설치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전사 변전소에 종합 예방진단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설비 상태진단 및 예측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한전은 지난해 8월 ‘인공지능-전문가 지식 융합형 전력설비 상태진단 및 예측기술’ 연구를 개방형 R&D 과제로 시행한 바 있다. 오는 2020년 7월까지 진행되는 해당 연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딥러닝)을 통해 상태이상 요소를 추출하고, 가상 물리시스템 모델(CPS)을 근거로 설비진단 및 예측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한전은 변전소 예방진단시스템의 운영 효율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확보해 표준화된 진단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종합 예방진단 소프트웨어 개발’ 과제와 변전설비의 잔여수명 평가, 유지보수, 고장, 사회적 비용 평가를 통해 설비의 물리적 성능과 경제가치를 극대화하는 자산 관리시스템(A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정훈 기자 jo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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