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하계동에는 반짝이는 태양광 패널을 벽면에 두른 아파트가 있다. 국내 최초로 ‘단지’규모로 들어선 노원구 에너지제로주택단지, 이지하우스(EZ House)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노원구와 서울시, 명지대산학협력단, KCC, SH도시연구원이 합작해 실증단지를 조성했다.

서울시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약 57%가 건물에서 사용되는 만큼 에너지제로주택은 에너지전환 정책을 위해 필요한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의무화하려는 로드맵을 내세운 가운데, 서울시에서도 ‘태양의 도시’ 정책 일환으로 2022년까지 에너지제로하우스를 3개 이상 건립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상태다.

이지하우스 역시 제로에너지주택인만큼 난방, 냉방, 급탕, 환기, 조명에 필요한 에너지소비량을 100% 자체 공급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단열성능을 극대화하는 패시브(Passive) 기술을 도입해 에너지손실을 최대한 막는데 집중했다.

지난 11월 이지하우스는 준공을 마치고 20일부터 주민을 받았다. 현재 전체 121가구 중 50%가량이 입주를 마쳤다.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자립, 두 마리 토끼를 무리 없이 잡을지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지하우스를 직접 찾았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자리잡은 노원 에너지제로주택은 국내 최초의 공공주택형 에너지제로주택이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자리잡은 노원 에너지제로주택은 국내 최초의 공공주택형 에너지제로주택이다.

◇ 태양광 전지판 ‧ 지열 히트펌프 이용해 에너지생산

단지 내 모든 건물에는 전력 생산을 위한 태양광 패널이 부착돼있다. 아파트동의 경우 북면을 제외한 세 벽면에 패널을 부착해 최대한의 효율을 꾀했다.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은 곡선형태를 선택했다. 이를 두고 이응신 명지대학교 제로에너지건축센터 교수는 “옥상의 태양광 패널은 35도 기울기의 S자 곡선 형태로 만들었다”며 “물결모양의 패널이 미적으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태양광을 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울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상되는 태양광 연간 발전량은 400MWh로,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일차적으로 지열펌프 가동과 엘리베이터, 주차장, 가로등, 정화조 등 공용부에서 사용한다. 이후에도 전력이 남는 경우 세대부가 소비할 수 있게 하고, 그 뒤에도 전력이 남으면 상계 거래에 의해 한전으로 이괄된다. 따라서 낭비되는 전력이 거의 없다는 게 노원 이지 센터 측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냉난방용·급탕용 천공 48개를 뚫어 지열발전시스템을 구축했다. 각 세대에서 냉난방과 급탕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는 구조다.

◇ 외단열 공법과 고성능 창호, 열교 차단까지 … 패시브 기술 적용

실제 주택 안에서는 패시브 기술이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직접 볼 수 있다. 단열재가 부착돼 평소에 흔히 보는 철문보다 두 배는 두꺼운 현관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집안은 오랫동안 난방을 한 듯 따뜻했다. 안내에 나선 이응신 교수는 기자에게 “난방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며 온도계를 가리켰다. 실내 온도는 26도였지만 난방장치는 꺼져있었다. 단열에 최적화된 패시브 기술이 집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완벽히 차단한 결과였다.

이 교수는 “벽체 뿐 아니라 창호 등 열이 새나갈 만한 곳 어디든 열교(thermal bridge) 차단과 기밀 장치가 완비된 상태”라며 벽을 두드려보였다. 그는 “건물 내벽이 콘크리트고 외벽부에 단열재가 부착돼 있다”며 “바깥 단열재가 열이나 찬 기운을 막아준다. 겨울엔 콘크리트가 낮에 흡수했던 복사열을 밤에 방출해 난방을 안 해도 괜찮은 정도”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제로주택은 모두 외단열 공법을 사용했다. 건물 시공 후 건물 내벽에 단열재를 붙이는 기존의 내단열 방식과 달리 시공이 까다롭고 비용이 더 든다. 하지만 내부 콘크리트 벽체 표면온도가 높아져 결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지고 단열재와 콘크리트 사이 곰팡이가 생길 염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 열섬현상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거실부터 부엌까지 이어지는 벽 한 면 전체를 유리가 차지하는 형태가 눈에 띄었다. 대개 유리창이 클수록 단열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지하우스의 창호는 단열과 기밀을 충실히 해 창문이 면적을 크게 차지해도 열손실이 최대한 적도록 만들었다. 3중 유리 사이에 아르곤 가스를 주입해 열전도율을 낮추고 단열 성능을 높였을 뿐 아니라 로이 유리를 사용해 겨울철에는 내부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집 안을 둘러보던 중 거실 천장에 작은 등 같은 것이 보여 용도를 물었더니 이 교수는 등이 아니라 ‘환기장치’라고 귀띔해줬다. 에너지제로주택에서 환기는 열회수형환기장치를 통해 이뤄진다.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열회수형환기장치 안에서 실내 공기 열을 전달받아 따뜻해진 채 집안에 들어와 추위 걱정 없이 환기를 할 수 있다. 기자가 이 장치를 등으로 착각했던 이유는 공기가 들어오는 배출구가 얄따란 틈으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공기가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닿지 않고 천장을 따라 대기 중에 퍼지게 하려고 틈을 일부러 얇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응신 명지대학교 제로에너지건축센터 교수가 이지하우스 실내에 적용된 패시브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이응신 명지대학교 제로에너지건축센터 교수가 이지하우스 실내에 적용된 패시브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이지하우스를 조성하는 데에는 국내 기술과 자재가 최대한 사용됐다. 열교 차단재와 창호 하인방에 쓰인 압축폴리우레탄 등 자재 중 2.7%만이 외산이고 나머지는 모두 국산이다. 정부는 이번 실증연구를 통해 에너지제로빌딩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기술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지형 노원 이지 센터 사무국장은 “이지하우스를 짓는데 일반 공공임대주택 건설비용보다 30%정도가 더 들었다”며 “정부가 나서서 지원한 이지 에너지 주택이 효율성을 입증한다면 패시브 기술 개발 활성화와 자재 다양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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