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벤처 3년, 매출 14억에서 350억 전망”

지난 2015년 인터뷰 당시 “한국형 에너지 벤처를 만들겠다”던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김 대표는 지난달 열린 2017 벤처창업대전에서 벤처활성화 유공포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에너지신산업 분야에선 처음으로 벤처기업 표창을 받은 거니까 뿌듯하죠. 그동안 수요관리 사업을 잘 해왔다는 걸 인정 받은 거니까요. 무엇보다 국제 표준을 기반으로 다양한 에너지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 같습니다.”

김구환 대표는 일찌감치 표준 기반 서비스를 지향했다. 미래 에너지산업은 기술의 융합과 연계가 핵심인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게 바로 표준이기 때문이다. 수요관리 사업을 시작할 때에도 국내에선 최초로 오픈ADR2.0(개방형 자동수요반응) 인증을 확보했다. 덕분에 자체 에너지관리시스템인 ‘GEMS’를 출시했고, 전기차 충전, ESS 등 다양한 에너지 서비스와 접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GEMS를 활용해 2014년 11월 25일 시장 개설 이후 2017년 7월까지 누적 185GWh의 전력을 감축했다”며 “지금은 DR시장에서 급전지시가 나더라도 수동으로 수요를 조절하지만 앞으로는 자동수요반응(Auto DR)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만 해도 1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199억원, 올해는 350억원(예상)으로 급상승했다. DR시장에서의 성과를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투자하며 사업영역을 넓혀 온 덕분이다.

김 대표가 시장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었던 건 과거 공동 창업 멤버로 참여한 위즈네트에서 개발한 산업제어용 통신 반도체에 대한 특허로 전 세계 50개국 대리점 망을 구축하고, 1000개사 이상의 고객과 계약을 성사시킨 경험 덕분이다. 에너지 사업을 하며 기기간 연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도 선진국에선 이미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DR시장만 바라보고 사업을 했다면 성장도 멈췄겠죠. DR시장은 시작에 불과하고, ESS, 전기차 충전, 태양광 등 통합 에너지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각각의 기술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동을 시켜서 편의성과 효율을 높인 게 특징이죠.”

전기차 충전사업은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을 무대로 하고 있다. 전기차와 충전기간 통신을 주고 받을 수 있는 ISO/IEC 15118 규격 통신모뎀을 비롯해 다양한 충전 솔루션이 주력 상품이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한전의 ‘에너지마켓플레이스’에도 진입했다. 내년부턴 전기차 전문 인력을 구성해 사업본부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미 판교 본사 인근에 연구소도 구축했다.

ESS는 단기간에 그리드위즈의 주력 사업으로 떠올랐다. 올해 태양광 연계형 ESS 시장이 개화하면서 그리드위즈는 SK디앤디와 공동으로 ESS 사업을 추진했고, 올해만 65MWh를 공급했다. 내년에는 총 700MWh에 달하는 ESS를 공동 공급하기로 했다. SK가스는 그리드위즈의 지분을 인수하며 투자에 나섰다.

“ESS는 효율적인 운영이 핵심인데 그리드위즈는 전력거래, 수요관리 서비스 기술 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PMS를 개발했습니다. 에너지 사용시설의 전력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운전에너지저장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거죠. SK디앤디에서도 저희 PMS 기술을 인정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4차산업혁명 기반 에너지신산업을 추진하기 위해 에너지 데이터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수요관리, 태양광 발전, ESS 사업을 하며 축적한 데이터가 곧 자산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문을 열 에너지데이터 연구소에선 데이터 확보와 분석, 가공을 거쳐 사업과 연계할 방침이다.

“수많은 벤처기업이 시장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당장의 이익만 쫓아 무리하게 사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업을 하던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먼저 따져봐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잘할 수 있다’는 말보다는 ‘한번 하면 제대로 한다’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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