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장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장 교수

세계에너지기구(IEA) 등에서 2040년의 발전원별 믹스를 전망한 결과를 살펴보면, 석탄, 가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대략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즉 석탄, 가스, 신재생에너지가 각자 흔히 얘기하는 1/n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부존 및 이용 여건 때문에 국가별 차이는 있겠지만 글로벌 트렌드를 살펴보면 각 발전원이 동등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래에는 신재생에너지의 역할이 보다 커지겠지만, 적어도 2040년까지는 화석연료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석탄 발전량이 줄어들면서 그 자리를 가스발전 및 신재생에너지가 대체한다는 점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석탄발전 비중이 늘어나겠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가스발전 및 신재생에너지가 크게 늘어나 글로벌 트렌드 자체는 석탄 축소, 가스 확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에너지전환의 한 축으로 석탄발전 축소를 추진했다. 하지만 짓지 않겠다고 공약했던 신규 석탄발전소 9기는 여러 이유로 대부분 그대로 추진되고 있으며, 완공된 석탄발전소의 대거 진입으로 지난 9월 기준 석탄발전 비중은 46.6%를 차지했다. 앞으로 새로 들어올 석탄발전소를 감안하면 석탄 축소는커녕 전체 발전량의 절반 가량을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대표적 석탄발전 국가가 될 형국이다.

석탄발전은 분명히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공급 안정성, 저렴한 가격, 국산화 비율이 높은 기술력 등이 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여전히 석탄발전을 가동하고 있고 당분간 석탄발전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문제다. 첫째, 발전원간 균형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와 에너지 부존 여건이 비슷한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왜 발전원간 균형발전을 추구하고 있는지, 왜 세계에너지기구는 발전원간 균형발전을 글로벌 트렌드로 규정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석탄발전의 대폭적 확대로 가스발전 비중은 점차 낮아져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9월 가스발전 비중은 16.7%로 역대 최저를 기록해 석탄발전의 1/3 수준이 되어 국내 가스발전 생태계 자체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둘째, 석탄발전의 확대 및 가스발전의 축소는 배출하지 않아도 될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고, 배출하지 않아도 될 미세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함을 의미한다. 가스발전에 비해 석탄발전은 온실가스의 경우 약 3배를, 미세먼지의 경우 수백 배를 더 배출하고 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기후변화라는 부담을 후손들에게 전가함을 의미한다.

셋째, 대량의 냉각수를 필요로 하며 지역주민들이 기피하는 석탄발전소는 결국 수요지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가에 입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비분산형 전원이다. 반면에 많은 가스발전소는 대도시 인근에 입지하고 있으며 특히 가스 열병합발전소는 대도시 내에 입지하고 있는 대표적 분산형 전원이다. 석탄발전의 확대는 분산형 전원의 확대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분명 역행하는 것이며 송전과 관련된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렇게 석탄발전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현재의 ‘경제급전’ 원칙 하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하지만 석탄발전 비중의 확대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신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및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환경을 고려한 경제급전’ 원칙으로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나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한 환경급전 반영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단순하게 선언적 의미만 가져서는 안 되며, 원료비만 핵심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환경비용도 함께 고려하여 급전 순서를 정하는 제도 개편이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저 탄소 저 미세먼지 전원인 가스(열병합)발전이 최소한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시장제도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발전원간 균형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발전원간 균형발전은 전력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면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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