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체제 출범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이 사회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전력·에너지 분야의 시장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달라지는 전력·에너지 시장의 흐름은 전통적인 전기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특히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있는 배전 분야에서의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배전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전기만을 수송했던 망이 전기와 정보, 자원 등을 동시에 전달하는 ‘에너지 인터넷망’으로 바뀌어 간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 한전은 신뢰성·경제성에 기반한 신배전망 핵심기술을 확보해 에너지전환 정책에 발맞춰 혁신성장을 주도한다는 복안이다.

◆전기만 수송하던 배전망이 전기·정보를 전달하는 새로운 형태로

한전은 올해 DER, ESS, 전기차 등 여러 자원을 통합·연계한 미래배전망 구축 계획인 GoT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GoT(Grid of Things)는 IoT 개념을 전력분야에 도입한 것으로 배전망을 통해 다양한 자원을 연결, 전력과 정보를 주고받는 미래 배전망이다.

한전은 고창 전력시험센터에 이를 시범적용한 뒤 인구 3만명 내외의 중소도시급 실계통으로 사업을 확대할 복안이다.

신재생 전원 수용 확대 및 대용량 공급을 위한 신배전전압 도입 종합계획도 수립키로 했다. 한전은 대규모 신재생 연계용 35kV급 등 배전전압 도입 로드맵을 수립하고, 전용기자재 개발, 설계기준·공법·전기설비규정 등을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신재생 연계 직류배전 독립섬 실증사업과 DC기술·표준화를 위한 국내외 파트너십 구축 등 DC배전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선다. 한전은 분산전원과 IoT 등의 수용확대를 위한 차세대 배전지능화 시스템 개발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차세대 배전지능화 시스템은 모든 객체를 수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빅데이터 수집·활용을 위한 시스템 연계와 AI, VR·AR 등 첨단 ICT 융복합 기술을 총망라한 체계다.

◆센싱기술·이종기술 융합한 설비진단·고장분석 알고리즘 정립도

ICT, AI 기술 발전에 따른 전력설비 진단 등 배전 운영분야에서의 변화도 감지된다. 한전은 설비 고장예지, 수명진단을 위한 진단기술을 디지털화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전력설비에 특화된 센싱기술 개발과 전력IoT 데이터 수집 기술 등이 핵심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한전은 빅데이터 기반의 고장예지 및 수명진단 등 고장 분석 알고리즘을 정립하는 데 앞장선다는 복안이다.

이종(異種)기술을 융합한 신진단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변압기의 열화상태를 판정하는 데 변압기 절연유에 녹아있는 열화생성물인 퓨란을 측정하거나 해저·전력구설치 케이블의 발열 및 진동을 감지하는 데 DTS를 활용해 케이블을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등 화학・광통신 기술을 전력설비 진단에 활용함으로써 진단기술의 수준을 한단계 높여 나가겠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배전기기와 시스템 개발로 디지털 배전선로 구축

기자재 부문에서의 혁신 노력도 눈에 띈다. 한전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배전설비의 부하감시, 자기진단 등 고장예지 및 자율 운전 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센서 내장형 IoT 기자재를 개발해 전국의 전주와 철탑 등 지지물 910만여기, 변압기 210만여대, 개폐기 16만여대, 케이블 3만7000여c-km 등 모든 전력설비에 적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오는 2045년까지 전체 배전기자재에 센서를 부착, 100% 센싱(sensing) 환경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2025년까지 센서 적용율 30%, 2035년엔 60%를 달성한다는 단계별 목표치도 설정했다.

이와 관련 한전은 지난 2016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2년간 IoT 기반 친환경 가스절연 개폐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 협력연구개발과제로 진행 중인 해당 사업은 지중용 설비는 인텍전기전자가, 가공용은 비츠로이엠이 각각 맡아서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IoT 기술을 접목한 실시간 원격감시가 가능해 육안점검 등 인력에 의존해 온 기존의 설비운영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시장 분야의 중소기업 진출 및 실적 확보에 기여해 동반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장기 과제로 인공지능 기반 자율형 개폐기·차단기 개발사업도 진행 한다. 자율형 개폐기·차단기는 실시간 상태 추론 및 예측을 통해 고장 차단·복구 등 자율 계통운영에 도움을 주는 설비다.

자가진단 IoT 변압기와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전력량계 등을 개발해 세대별 고객의 가전제품·전력량계 등과의 양방향 통신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고객의 전력소비 패턴 빅데이터 분석 및 최적 소비제어, 방범, 컨설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변압기 등 설비 내부에 센서를 부착해 유지보수 간소화 및 작업편의성을 증대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전주에 각종 편의기능을 더해 날씨와 교통, 미세먼지 농도 등 생활정보를 제공하고, EV충전기능, 태양광 발전 등이 가능한 인텔리전트 복합기능 전주도 설치한다.

이와 더불어 한전은 각종 공법 및 진단 기자재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일본(Phaser Ⅲ), 유럽(ROBTET) 등에서 도입·사용 중인 활선공법 로봇을 우리나라 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직접활선공법 대체용 로봇(고전압 절연, 유압제어, 자세제어 기술 개발) 및 전용 기자재(COS, 애자, 압축스리브, 절연커버 등 금구류) 개발로 작업자 안전과 시공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폐기 내부 고장시 복구시간을 단축해 정전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바이패스 기능 내장 개폐기를 개발하고,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을 활용한 진단·점검 기자재를 통해 장비 이력과 진단 정보 DB 구축 등 상태 파악 및 필요사항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ESS 등 직류부하 증가 대비 DC배전용 전력기자재 개발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전원과 ESS 등 직류부하 증가에 따른 효율적 전력전송을 위해 DC배전용 전력기자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에 한전은 AC/DC 전력변환기, 차단기, 수배전반 등 20kV급 특고압 DC기기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배전계통에 연계되는 신재생에너지 전원 급증에 따른 배전망 전압 안정화 대책도 강구 중이다. 이를 위해 한전은 선제적 배전망 보강, 접속제약 해소, 배전용 ESS 확대 설치 등 배전계통 연계능력 확대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압변동에 따라 자동으로 전압을 조정할 수 있는 자동 OLTC 변압기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각종 센서를 탑재하고 있는 OLTC 변압기는 각종 전압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원격으로 제어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분산전원 역조류에 의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력량계에서 단독운전 상태를 감시해 차단하는 분산전원 단독운전 방지기능 전력량계도 연구 중이다.

부하 및 분산형 전원 증가에 따른 배전서립 증설 대체 신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ESS 비상발전차, 저압계통용 ESS 등 배전급 ESS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전은 오는 2020년까지 2007억원을 투입해 260MWh 규모의 ESS를 설치할 계획이다. 예산은 배전 ESS 설치에 1995억원, 배전기술개발에 12억원 등이 각각 책정됐다.

기존 구리전선 보다 높은 허용전류와 경량소재로 대전력 전송이 가능한 초경량소재(그래핀 소재) 전선과 생체모방소재 코팅 애자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기자재 연구를 통해 신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미래시장을 선도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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